왜 한·미 FTA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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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가 무엇인가.

"무역과 투자 자유화를 위한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의 영어 머리글자를 딴 말이다. 무역 자유화란 나라 간 무역 장벽을 없애는 것이다.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낮추거나 없앤다. 수입 수량을 제한하는 쿼터도 줄이거나 폐지한다."

-관세와 쿼터만 없애면 되나.

"최근에는 수입품에 까다로운 기술 조건을 내걸거나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표준을 적용하는 '기술 장벽'도 문제다. 자의적인 반덤핑 규제도 많다. FTA는 이런 장애물들을 없애 국가 간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교류를 통해 상호이익을 꾀하는 것이다."

-한.미 FTA가 처음인가.

"한국은 칠레.유럽자유무역연합(EFTA).싱가포르와 이미 FTA를 체결했다. 미국과는 네 번째다.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되면 미국도 1993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최대 규모의 FTA를 맺는 셈이 된다. 미국이 앞으로 다른 나라와 FTA 협상을 벌일 때도 한.미 FTA가 표준모델이 될 게 분명하다. 그래서 미국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왜 미국인가.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미국이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3%(2006년)다. 미국은 또 금융.의료.법률.통신 등 서비스산업 강국이다. 미국과 FTA를 하면 미국의 서비스 업체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우리 소비자들이 질 좋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한국 서비스 업체들도 미국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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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가 단지 무역.서비스 산업만 위한 것인가.

"FTA를 경제 분야에 국한하지 말고 좀 더 넓게 봐야 한다. 경제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대외적으로 개방되는 것이다. 개방의 충격으로 괴로운 분야도 있겠지만 대외 개방은 경제.사회 전반의 제도와 관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된다. '사자에게는 넓은 들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다양한 나라들과 FTA를 맺어야 할 필요가 있다."

-FTA를 맺으면 한국 시장이 완전히 열리나.

"한.미 FTA가 발효된다고 바로 시장이 다 열리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협상이 필요한 것이다. 국내의 약한 부문에 미칠 충격을 줄이고 구조조정할 기회를 주기 위해 시장을 단계적으로 개방하거나 개방시한을 뒤로 미루는 내용을 협정문 곳곳에 포함시킨다. 협상을 통해 다양한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FTA가 민간기업에만 해당되는가.

"예전의 FTA는 관세를 없애는 것이 핵심이었다. 요즘 FTA는 시장 개방은 물론 나라 간 투자를 자유롭게 하는 내용도 포함한다. 관심 대상도 지적재산권 보호나 서비스 분야까지 넓어졌다. 민간기업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게 정부 분야다. 최근 FTA는 정부나 공기업이 상품.서비스를 구매하는 이른바 정부 조달 시장까지 개방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FTA 협상이 타결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가.

"아니다. 양국 행정부 대표 간의 협상이 종료됐을 뿐 두 나라 의회가 그 내용을 비준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원래 민주국가에서는 외국과의 조약이 국가와 국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국회가 비준을 통해 최종적으로 심사하고 검토할 기회를 갖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비준에 진통을 겪는 경우가 흔하다. 2003~2004년 한.칠레 FTA 비준 때도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번에 완전 타결이 안 되면 한.미 FTA는 영영 물 건너가는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4월 이후 협상이 재개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안 되면 한.미 FTA를 체결하기가 쉽지 않다."

-왜 그런가.

"미국의 독특한 제도인 정부의 무역촉진권한(TPA) 때문이다. 미 의회가 정부에 일정 기간 무역협상 전권을 위임하는 제도다. 이번 TPA에 따른 무역협상은 사실상 31일로 끝난다. TPA라는 우산이 사라지면 미국 의원들이 저마다 협상 결과에 대해 수정안을 제출할 수 있다. 협상안 하나하나를 일일이 심의해야 하니 더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미국이 TPA 없이 FTA를 체결한 경우는 전혀 없는가.

"미 행정부가 TPA 없이 FTA를 맺은 사례가 단 한 건 있기는 하다. 2001년 미국이 요르단과 FTA를 체결했던 경우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 규모에서 요르단과 큰 차이가 나고 쟁점도 복잡해 FTA 타결을 낙관하기는 힘들다."

서경호.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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