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창당 러시/11개 난립예상… 정책정당 표방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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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4대총선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기존정당들이 공천실사 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신당창당 활동이 우후죽순처럼 본격화되고 있어 선거철만 되면 나타나는 정당 난립현상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닐 전망이다.
현재 중앙선관위에 등록돼 있는 정당은 민주자유당·민주당·민중당·공명민주당 등 4개 정당. 또 창당준비위원회로 신고돼 있는 정당만해도 정주영 전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주축이 된 통일국민당(가칭),대통령선거 단골출마자 진복기씨의 기독성민당·하나님당·대한민주당·도덕민주당 등 5개에 이른다.
게다가 15일 창당을 공식표명한 김동길 전연세대교수가 이끄는 가칭 새한당,19일 발기인대회를 갖는 가칭 한국노동당 등 신당창당 움직임이 줄을이어 이들이 모두 창당되면 11개나 되는셈.
15일 가칭 정화당의 창당준비를 각언론사에 알렸던 이병호 아­태변호사협회장은 16일 『정당난립 현상을 보고 창당작업 대신 국민정신운동쪽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하루만에 창당포기 의사를 밝혀 현재 준비중인 창당세력들이 과연 몇개나 정당으로 탄생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민중당에서 떨어져나온 오세철씨의 민중회의도 후보는 내지만 정당은 만들지 않기로 했다.
81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선관위 등록을 거쳐 소멸·생성된 정당수는 모두 33개.
11대 총선때는 민주정의당·민주한국당 등 13개 정당이 난립했다가 선거직후 5개 정당이 등록취소됐고,12대총선때는 야권바람을 일으킨 신한민주당등 9개 정당이 선보였다가 3개 정당이 없어졌고 선거직후 2개 정당이 다시 창당됐다.
민정·민주·평민·공화당 등 4당체제를 성립시켰던 13대총선에서는 무려 15개 정당이 우후죽순처럼 난립,격랑을 일으킨뒤 10개 정당이 무더기로 등록취소 되고 여야의 이합집산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이러한 선거철 창당집중 현상은 「다당난립→과열선거」의 경향을 부채질해 왔는데 이번 총선에서는 전국득표율 3% 이상을 얻은 무의석 정당에 전국구 의석 1석을 할당한다는 선거법 개정이 창당의 또다른 매력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 태동하는 신당들중 일부는 과거 5·16혁명이나 10·26사건 직후 생성·소멸했던 「포말정당」「도깨비당」「철새정당」의 성격과는 달리 나름대로 구체적인 정강·정책과 노선을 표방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있다. 특히 「한국노동당」이나 「새한당」창당인사들이 『특정인물 중심의 정당에서 벗어나 이념위주의 새정치·도덕정치를 구현하겠다』고 나섬으로써 과거 정당들의 고질병이었던 인물본위의 「명사정당」이나 인맥본위의 「계보정당」과는 다른모습을 보이고 있다.<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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