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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밖으로 나온 신문기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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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저지에 사는 이승우(40, 美 항만청 근무)씨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다. 뉴욕 시내에 있는 사무실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바쁜 와중에도 그가 빼놓지 않고 챙기는 것이 있다. 전날 밤 잠들기 전에 컴퓨터에 연결해 둔 mp3플레이어 '아이팟'(iPod)이다. 오늘 자 뉴욕타임즈(NYT) 기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재생버튼을 누르자 "이 뉴욕타임스 기사는 휴렛패커드사의 후원으로 제공된다"는 광고와 함께 녹음된 기사가 흘러나온다. 그는 이렇게 매일 아침 달리는 차 안에서 신문을 '듣는다'.

◇신문, MP3를 입다.

2007년 3월 29일 뉴욕 타임스 팟캐스팅 서비스 화면.

이씨가 신문을 읽지 않고 들을 수 있는 것은 팟캐스트(podcast)서비스 덕분이다. 애플사의 mp3플레이어 아이팟(iPod)과 방송을 뜻하는 브로드캐스트(broadcast)의 약자인 팟캐스트는 '찾아가는 라디오방송'이다. 안테나를 이리저리 기울이며 지지직거리며 듣던 라디오는 카세트테이프와 CD, mp3를 지나 팟캐스트로 진화했다. 팟캐스트의 매력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오디오파일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2001년 1월 미국 웹비즈닛 솔루션 회사인 Userland사의 설립자 데이브 위너는 당시 MTV채널의 인기 VJ였던 애덤 커리와 함께 팟캐스트를 고안해냈다. 듣고 싶은 라디오 채널을 고르면 매일 방송될 때마다 컴퓨터가 자동으로 수집, 저장하는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팟캐스트는 '대세'다. 2005년 7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주간 연설을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팟캐스트로 내보냈다. 같은 해 9월에는 구글 검색에서 '팟캐스트' 를 찾은 건수가 1억건을 넘어섰다. 뉴 옥스포드 아메리칸 사전은 '2005년 올해의 단어'로 '팟캐스트'를 꼽고 다음해 개정되는 사전에 싣기도 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주자인 오바마 상원의원과 힐러리 상원의원은 팟캐스트 유세를 통해 유권자에게 다가선다.

미국 뉴욕타임즈와 영국의 가디언 지는 2005년 말,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뉴욕타임즈는 실시간 기사를 음성파일로 무료 제공하는 한편 타임셀렉트(timeselect)라는 유료 팟캐스트도 병행하고 있다. 한달 7.95달러(약 7500원)를 받는 유료 팟캐스트를 신청하면 고품격 칼럼과 1851년 이후의 모든 신문기사를 MP3로 들을 수 있다.

◇ 가능한 모든 매체를 동원하라

메신저.게임기 등으로 실시간 뉴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네덜란드의 전국 일간지 '드 폭스 그란트'는 MSN 메신저를 통해 비디오 뉴스 속보를 제공하고 있다. 통합 뉴스룸에는 8명의 기자들이 메신저와 인터넷에 사용할 동영상을 만들고 기자들이 보내온 기사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한다. 노르웨이의 일간지 다블라데는 게임을 즐기는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소니 PSP에 기사를 제공하여 3만5000명의 독자를 확보했다.

◇ 네티즌과 함께하는 기사쓰기

해외 신문은 네티즌이 제공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13일, IT 전문지 '와이어드 뉴스'는 재미있는 실험을 시작했다. 실험을 기획한 건 뉴욕대학 제이 로센 교수. 일반인들의 집단지성을 활용하여 신문을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이름 하여 '과제 제로'(Assignment Zero) 프로젝트. 이는 아무 것도 없는 데서 시작한 과제가 참여자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통해 점점 확장됨을 의미한다. 이용자가 자신의 관심사에 대한 기사를 웹 사이트에 올려놓으면 다른 이용자가 이 글에 대해 자신의 지식을 첨부해 나갈 수 있다.

실험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아마추어 기자'와 '전문 기자'다. 로센교수는 이들을 각각 암스(Ams)와 프로(Pros)라고 명명한다. 아마추어 기자들은 자신의 관심사에 대한 기사를 쓰거나 다른 사람의 기사에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전문 기자들은 뉴스 기사 작성 과정에 참여하고 함께 의견을 나누며 기사를 편집한다. 와이어드의 에디터인 제프 호위는 2 ̄3개월 후에 이 기사들을 지면으로 옮길 것이다.

이렇게 기사의 소스를 네티즌으로부터 받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특히 지방지가 발달한 해외 신문사들은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정보들을 블로그나 커뮤니티를 통해 수집하고 있다. 작년 3월 다섯아이를 둔 한 아버지(아이디:want2cbetter)가 '학교의 예산 확충을 위해 세금을 올려도 되는가'란 질문을 '블루프턴 투데이'(Bluffton Today)의 투표(Polls)란에 실었다. 사용자들은 콘텐트 제작란을 통해 언제든 자신이 원하는 설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투표 결과는 "Yes". 블루프턴 투데이는 투표 결과와 블로그에서의 활발하게 일어난 토론내용을 기사로 다루었다.

블루프턴 투데이의 온라인 매니저 리사 스미스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시민들은 전화나 웹사이트,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언제든지 제보할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에서는 지역사회의 문제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벌어지며 신문은 쌍방의 내용을 균형있게 보도합니다."

2007년 3월 30일 블로그가 중심인 블루프턴 투데이 초기화면.

오스트리아의 전국일간지 '클라이네 자이퉁'도 독자 생산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2005년 11월, "우리가 모르는 것을 알려 달라(Let us Know, What we don't know)"는 캐치프라이즈를 내걸고 시민기자를 모집했다. 누구나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사진을 찍어 기사를 보내는 시민기자가 될 수 있다. 시민들이 보내온 사진은 신문 1면에 실리기도 한다.

연세대정보대학원 이준기 교수는 "국내 언론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부터 바꿔야 한다"며 "일방적인 기사 전달이 아니라 참여 가능한 미디어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진 [kjink@joongang.co.kr], 이에스더 [worldblanke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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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과 함께 하는 '웹 2.0 인사이드'시리즈 ⑥

'웹 2.0 인사이드' 시리즈는 젊은 기자 10명이 한 달 동안 열심히 현장을 누비고 국내외 자료를 분석해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미완성'이라고 부를 참입니다. 웹 세상은 넓지만 취재기자의 시야는 좁은 탓입니다. 그래서 기사의 완성을 여러분의 '집단지성'에 기대기로 했습니다. 웹 2.0 프로의 한 수 지도를 부탁합니다. 아마추어의 건전한 상식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기사를 읽고 여러분이 올려주신 지식, 질문이나 답, 참고자료 등은 기사에 반영됩니다. 일부 기사는 다시 작성해 신문에 실을 계획입니다. 여러분의 댓글로 기사가 완성되는 곳, 그것이 바로 웹 2.0의 현장입니다. -중앙일보 공채 43기 기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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