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국립대 바둑학과 만들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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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바둑연구생 장학금 모금을 위한 바둑행사에 참가한 이원복 의원(左)이 여성 아마기사와 대국하고 있다.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도 '바둑학'이란 얘기가 나오면 고개를 갸우뚱하곤 한다. 명지대에 10년 전에 이미 바둑학과가 설립되어 성공적으로 정착한 상태지만 오랜 세월 '오락'이었고 '잡기'였던 바둑을 학문과 연계시키기는 정서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다.

이원복(한나라당.인천 남동을) 의원은 다르다. 그는 바둑의 가치를 현 위치보다 몇단계 위에 둔다. 그는 바둑을 '21세기 두뇌한국'의 상징적 한류 교육상품으로 판단하고 국회에서 서울대 등 우리나라 중심대학의 바둑학과 설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0년은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역사였습니다. 우리 것에 대한 자기비하가 은연중 자리잡게 된 것은 어쩔 수 없고 바둑과 같은 아시아적인 것, 한국적인 것들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동양 문화의 가치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고 바둑은 그 정수라는 점에서 국가가 이를 도와야 할 때가 왔습니다."

28일 만난 이원복 의원의 바둑관은 당당했다. 바둑을 즐기는 정치가는 많지만 바둑의 가치를 앞장서서 고양시키고 이를 국가 정책에까지 연관시키려는 정치가는 드물다. 바둑의 위상이 아직 낮은 편이어서 자칫 '민생'을 모르고 우선순위를 모르는 사람으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원복 의원은 이런 위험성을 두려워하지 않고 바둑에 대한 자신의 연구를 풀어놓는다.

"바둑은 비전있는 대표 한류이고 학문적으로도 수학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실제 생활에서도 수학보다 더 실용적인 영감과 지혜를 주기도 하고 기업경영이나 군사작전, 국가의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적재적소에 배분할 것인가 등의 문제에 매우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판단의 틀을 제공해 주기도 합니다. 바둑의 세계는 기호적 사유, 수리적 사유, 논리적 사유, 미학적 사유, 종합적 사유의 기승전결 체계를 보여줌으로써 그 자체가 완성된 드라마나 소설, 건축, 영화 같은 형식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 의원은 이런 자신의 신념을 바탕으로 국회 교육위에서 교육부 장관에게 서울대부터 바둑학과를 신설할 용의가 있는지를 질의했고 장관으로부터 "국립대에서 교육부에 학과 설립을 요청해 오면 적극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바둑은 한류를 넘어 아시아류라 명명할 수 있습니다"고 그는 말했다. 일본.중국 국회의원들도 이런 관점을 적극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힘을 모은다면 바둑을 최고의 '아시아류'로 키워나갈 수 있다고 그는 자신하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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