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없이 맞은 「개방증시」/줄잇는 사고 막을수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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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하루 두차례 증권전산망 장애… 투자자 항의/외국인 한도초과 뒤늦게 9개종목 밝혀내/양우화학 「법정관리」 신청 2주일째 “쉬쉬”/태평양증권 금융사고 증폭 공신력에 먹칠
개방된 증시 곳곳에 구멍이 뚫려있다. 외국인 투자한도 관리가 엉망이다. 일선 증권사창구에선 가장 큰 규모의 금융사고가 터졌다. 하루에도 두차례나 증권전산망에 장애가 발생했다. 투자자들을 보호하겠다던 상장기업은 법정관리신청과 같은 중요사실을 2주일째나 숨겼다.
개방증시를 먹칠하는 이같이 굵직한 사고가 계속 터지자 정부나 업계가 사전에 철저한 준비없이 개방을 맞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종목당 외국인 투자한도 10%를 이미 넘어섰는데도 외국인 추가주식취득 금지종목으로 전산입력도 되지 않고 한때 관리대상에서까지 빠져나간 합작기업이 8개사 9개종목으로 늘어났다.
당국은 모든 상장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직접투자실태를 긴급 조사한 결과 문제가 된 쌍용정유외에도 고려아연·한국대동전자·호남석유화학·삼익공업·대한은박지·쌍용제지(보통·우선주 2개 종목) 지원산업 등이 이미 10%이상 합작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뒤늦게 8일에야 이들 9개종목이 추가주식취득 금지종목으로 고시됐다.
이에 따라 한도초과로 외국인 주식투자가 불가능한 종목은 당초 고시된 47개사 51개 종목에서 55개사 60개종목으로 늘어났다.
7일 증시에서는 개장전부터 증권전산 공동 온라인망에 장애가 생겨 오전 10시40분까지 거래가 이뤄지지 못했다.
오후장 들어서도 다시 장애가 일어나 3시35분부터 20분간 매매가 중단됐다. 증권전산망 장애는 지난 3일에도 한때 일어나 일부 증권사창구에서 동시호가주문을 내지 못했다. 전산망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주식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세계적으로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
태평양증권 부산지점 창구사고는 돈을 떼였다는 새마을금고에까지 파문이 계속 커지고 있다. 증권사의 공신력에 먹칠을 한 셈이다.
중소 무기화학제조업체인 양우화학은 작년 12월24일 법정관리신청을 하고도 숨겨오다가 7일에야 공시,6천여명에 이르는 소액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었다. 평소 하루거래량이 5백주정도였던 이 회사 주식은 법정관리신청 이튿날인 지난해 12월26일부터 거래량이 최고 16배나 늘어난 상태에서 하한가를 지속,사전정보를 이용한 내부자거래 혐의가 짙은 것으로 알려졌다.
창구사고와 법정관리신청 늑장공시는 개방된 증시상황에서 외국인의 잇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보완과 대책마련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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