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보유국 인정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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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든 미 CIA 국장(中)이 27일 오후 3시 국방부 청사에 들어가고 있다. 김민석 기자

"미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지난해(10월 9일) 핵실험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27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를 극비리 방문한 마이클 헤이든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김장수 국방부 장관에게 이렇게 말한 것으로 한국 국방관계자가 전했다. 그는 이 같은 미국 최고 정보기관의 분석과 판단을 김만복 국가정보원장, 허평환 국군기무사령관, 김은기 정보본부장에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이든 국장의 방한은 한.미 정보교류협정에 따른 양국 정보기관 최고책임자의 상호 교차방문의 일환이다. 1993년 북핵 1차 위기 때 방한한 제임스 울시 미 CIA 국장도 이 협정에 따라 비밀리에 방한했고, 이 자리에서 북한의 핵개발 정보를 한국에 전달했다.

헤이든 국장은 이날 김 장관에게 "미국이 2003년 이라크전 때 정보분석에 실패한 것은 당시 대량살상무기 전문가들만 정보분석에 참가했기 때문"이라며 "그때 이라크 문화 전문가들이 함께 분석에 참가했으면 실패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 정보도 마찬가지다. 북한에 대한 정보는 미국이 많이 갖고 있지만 북한의 정서와 문화를 잘 아는 전문가는 한국에 많이 있다"며 "따라서 북한의 의사결정을 분석하는 데는 한.미 간 긴밀한 정보교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유엔사령부와 주한미군사령부 부참모장까지 지냈던 헤이든 국장은 한국에 오래 근무하면서 한국 정부가 확보한 '인간정보'(휴민트.Human intelligence) 자산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미국의 우수한 '신호정보'(Sigint)도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인간정보가 없으면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언급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 마이클 헤이든(62.공군 대장)=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80~82년 대위 시절 오산 미 공군기지 51전투비행단 정보처장으로 한국에서 처음 근무를 시작한 대표적인 지한파다.

그는 97~99년 유엔사령부 및 주한미군사령부 부참모장(소장)으로 있으면서 유엔사-북한 장성급 1차회담을 이끌어내 유엔사 수석대표로 참가했다. 지난해 6월 미국 사상 두 번째 현역 장군으로 CIA 국장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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