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삼성종합기술원 멀티미디어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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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도서실에서 신문스크랩을 뒤지듯 앞으로는 멀티미디어 앞에서 TV프로·관광안내·명화감상 등 원하는 모든 정보를 영상과 음악 속에 실감나게 볼 수 있습니다.』
삼성종합기술원 멀티미디어연구실장 이강석 박사(37·미펜실베이니아대 졸)는 이렇게 말문을 연 뒤 컴퓨터모니터에서 영화 『인디애너존스』를 구경하고있는(?) 한 연구원에게 다가갔다.
『송 주임, 하고있는 것 좀 보여드리지』라고 이 실장이 말하자 화면은 이내 연구원의 간단한 손 조작에 의해 웅장한 음악이 나오는 가운데 화면의 크기가 변하기도 하고 주인공 해리슨 포드가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도 했다. 영화를 완전히 개작하고 있었다.
전자분야에서 세계 최첨단기술로 인정받고있는 멀티미디어의 한 단면이다.
멀티미디어는 컴퓨터와 A/V(오디오+비디오)의 통합시스팀. 전자분야의 양대 산맥인 컴퓨터업체와 가전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세계적으로 격전을 벌이고있는 종합기술이기도 하다.
그래서 삼성종합기술원(경기도 기흥)의 멀티미디어팀도 지난해 1월 국내에서는 처음 발족돼, 현재 이 실장을 비롯해 조민형씨(32·한국과학기술원졸)·신동훈씨(29·미시라큐스대 졸) 등 박사급 연구원 3명과 영화편집을 보여준 송은강씨(28·한국과학기술원)를 포함해 석사급 연구원 12명 등 모두 15명이 기술전선에 임하고 있다.
멀티미디어팀이 하는 일은 정보를 검색하는 「하이퍼미디어」와 저장하는 「디지틀비디오」의 개발이다. 특히 디지틀비디오는 정보를 A/V의 애널로그신호(연속파형)에서 컴퓨터신호인 디지틀(0과1의 단순한 형태)로 변환시킨 뒤 이를 압축·저장하는 기술인데, 조 박사는 선진국조차 기억장치인 CD-롬 개발 및 압축기술의 어려움으로 고개를 흔들고있는 분야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기술적인 장애보다 더 큰 문제가 연구원의 창의력부족과 지적소유권문제라고 이 실장은 강조한다.
멀티미디어에 사용되는 관광안내·명화감상 등의 프로그램이 연구원들의 창의력부족으로 제대로 개발되지 못한 채 외국 것에만 의존하고있으며, 최근에는 미국에서조차 이들 프로그램에 들어간 자료들이 지적소유권분쟁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
팀의 마스콧이자 미모의 홍일점인 조용현 연구원(26·한국과학기술원 졸)이 조작하고있는 스크린에는 고흐의 명화 『해바라기』가 그려지면서 팝가수 퀸의 『보헤미안랩소디』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자막으로 작품이 소개되고있었다.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디뎠을 때 느꼈던 심정을 그대로 느끼고 있다』고 말하는 조 연구원은 『먼저 한다는 차원에서 어려움보다 자부심이 더 크다』고 자랑한다. 【기흥=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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