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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당」 비난속 골격짜기 분주/구체화 되고있는 「정주영 신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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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공동대표 4∼5명,발기인 윤곽 드러나/“이미지 안좋다” 상당수인사 합류 거절
3일 오전 전격적으로 경영일선 퇴진 선언을 한 정주영 전현대그룹 명예회장(77)이 추진하는 신당이 정씨등 4∼5명을 공동대표로 하는 집단지도체제 모습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4일 정씨 측근 및 관련인사들에 따르면 한달반에 걸친 교섭 및 실무작업을 통해 「참신한 정치인」 지원보다는 본인이 직접 당을 만드는 쪽으로 나가고 있으며 80여명의 창당발기인 참여자도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 10일께에는 창당준비대회도 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신당에 깊게 관계하고 있는 한 측근은 공동대표에 전평민당 부총재인 양순식씨와 정주영씨 본인,무소속의 김광일 의원 및 신당 실무팀장으로 알려진 전 외무차관 윤하정씨나 최광수 전외무장관(현대경제사회연구원회장)명 한등 등 4∼5명이 내정됐다고 주장했다.
정씨가 직접 공동대표를 맡는데 대해서는 추진팀안에서도 찬반양론이 있었다.
그동안 자신의 경영은퇴시기 및 정치행보에 대해 번복발언을 계속했던 정씨는 『정계에 직접 진출하지는 않겠다』던 발언도 뒤집을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정주영씨의 공동대표 참여는 그러나 이 신당이 「정주영당」「재벌당」이라는 비판을 면치못하게될 빌미가될 공산이 크다.
정씨 측근 상당수는 직·간접적인 정치참여방안중 신당창당은 실패위험·집권층의 압박 등 문제가 많다며 만류했으나 정회장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정주영씨는 핵심측근인 이명박 현대건설 회장도 인선작업에 거의 참여시키지 않고 「정주영 병풍」으로 불리는 영입대상인사 명단쪽지를 들고 다니며 단독으로 이번 일을 추진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명박씨 역시 신당추진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참신성」 부각을 위해 다양한 인사와 접촉했으나 「재벌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등 때문에 상당수 인사로부터 거절·회피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흥문 전국회부의장의 경우 중책을 제안받았으나 거절했고 서울대 이수성 교수도 서울 종로 출마등 중용을 제안받았으나 한마디로 거부했으며 이한빈 전부총리도 참여를 회피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제연 전평민당 부총재 역시 『정씨가 2선에서 지원하는 신당이면 모르겠지만 그가 주도하는 정당이라면 국민의 부정적 시각때문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정씨에게 통보했다는 설명이다. 유씨는 재벌의 사당화를 우려했다.
또한 초기에 참여설이 떠돌았던 이범준 전교통장관·윤성민 전국방장관·박현태 전KBS사장·김종규 전연합통신 사장 등도 『왜 내 이름이 거론되는지 모르겠다』며 정치를 할 생각이 없다는 표현을 빌려 불참의사를 명백히 했다. 서영훈 전KBS사장도 공동대표제안을 받고 정씨의 자문에 여러차례 응하기도 했으나 정치에 뜻이 없어 거절했다고 했다. 서씨는 다만 정씨가 자신의 고집으로 발기인명단에 넣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해 7월 현대그룹 주선으로 정주영씨와 함께 중국을 다녀온 뒤 지난해 11월 「천지동우회」라는 친목모임을 만든 서씨등 각계인사 65명이 주목받고 있으나 성향이 서로 달라 정씨에 대한 직접적 후원세력은 못될 전망이다. 정씨는 그러나 이들중 야성인사를 포함한 상당수와 교섭을 벌였으며 몇명은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태평양시대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김동길 전교수측과도 접촉은 있었으나 이상에 치우치고 실속도 크지 않다는 정씨측 판단에 따라 발기인에서 일단 제외됐으며 정치개혁협의회를 하고 있는 박찬종의원측 역시 박씨의 강한 개성탓으로 교섭대상에서 제외됐다.
신당측은 양순식씨등의 영입 성공에 고무돼 있고 현직 중진의원의 참여를 장담하고 있으며 정씨 아들인 민자당 정몽준 의원과 가까운 여당의 K·C·L의원 참여설도 떠돌고 있다.
신당측은 3월께의 총선에서 20∼50명 당선이라는 의욕적 목표를 세우고 있고 여기에 1천억∼2천억원을 쏟아넣을 정씨는 선거결과에 따라 대통령선거까지 겨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정씨는 자신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입증하기 위해 지역구출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 측근은 귀띔했다.
정씨의 신당은 대재벌이 정치까지 장악해 금권정치를 하려한다는 적잖은 국민들의 비판과 참신성을 주장하지만 새인물이 없다는 지적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큰 과제다.
정씨는 그러나 자신의 잇단 시국비판발언으로 대국민 이미지가 그리 나쁘지 않으며 군부집권과 3김씨로 상징되는 현실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감이 커 신당이 설땅이 있다는 판단을 하고 모험수를 던진 것이다.
정씨의 판단에는 또한 선거계절에 어차피 「허비」될 정치헌금을 자신이 직접 효율적으로 쓰며 정계에 영향력도 더 높인다는 경제적 계산도 가미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김일기자>
◎「은퇴」 아닌 「결별」… 2∼3년간 섭정예상/정회장 없는 「현대」 어떻게 변할까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3일 경영에서의 「결별」을 선언한 현대그룹 42개 계열사는 앞으로 어떤 경영체제를 갖추게 될까.
정회장이 「명예회장」직함까지 떼고 정치인으로의 변신을 선언함에 따라 정회장 없는 현대호는 2∼3년간 경영구도 정착을 위한 다소 불안정한 항해를 하게될 전망이다.
정회장은 후계경영구도와 관련해 3일 『아우인 정세영 그룹회장을 정점으로 각사 사장단이 자율경영을 해야할 것』이라는 지침을 주어 87년 2월 그룹회장에 취임했으나 실질적인 회장역할에 한계가 있었던 정세영 회장의 역할강화를 시사했다.
그러나 정회장은 지난해 11월 본사와의 인터뷰에서 세영회장체제가 『앞으로 3∼5년 지속될 것』이라고 말한바 있어 이 체제는 한시성을 가질 전망이다.
결국 정회장의 말을 종합할 때 장기적으로는 소그룹별 자율경영체제를 갖는 기업연방형체제로 이행될 공산이 크다.
즉 세영회장체제가 끝나면 세영회장은 현대자동차를,정몽구 현대정공 회장등 정주영 회장 아들 6명은 현재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16개사 정도를 나누어 맡고 나머지 20여개사는 전문경영인체제가 될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현대그룹측이 정회장이 「은퇴」한 것이 아니라 경영과 「결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서 알 수 있듯이 정회장 특유의 현대그룹내 카리스마를 감안할때 2선에서 섭정을 계속하며 후계경영체제를 몇년새 정착시킨 뒤에야 완전히 손을 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회장은 급작스런 정계진출을 결심하기 전인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3년후 은퇴」를 말했었기 때문에 이기간을 경영구조 조정기간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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