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밀월 … 미·일·호주 신동맹 … 한국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해 11월 베트남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 왼쪽부터 중국 후진타오 국가주석,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 일본 아베 신조 총리. [하노이=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가 밀착을 넘어 밀월을 다지고 있다. 일본은 최근 호주와 '준동맹' 관계를 맺었다. 이에 따라 한국이 대륙 세력(중.러)과 해양 세력(미.일.호주) 사이에 끼여 외교적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중.러 밀월=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 주석이 26일 오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그리고 바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함께 크렘린궁 대궁전에서 열린 '중국의 해' 행사 개막식과 축하공연에 참석했다. 그는 사흘 동안 머물면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도 한다. 두 지도자는 경제 문제는 물론 군사.외교 관계 협력도 다질 예정이다.

중국의 해를 기념하는 문화공연.학술행사는 올해 내내 30여 개의 러시아 도시에서 이어진다. 러시아 연방 문화.영화청 미하일 슈비트코이 청장은 "러시아에서 이처럼 큰 규모의 중국 문화행사는 양국 관계가 절정에 있었던 소련 시절에도 없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후 주석을 맞기 위해 한 달 전부터 각별히 신경 써왔다. 러시아 내무부는 최근 '중국 뉴스센터' 도 개설했다. 중국 신화통신 홈페이지에도 양국 간 밀월을 알리는 코너가 개설됐다. '중국의 해' 행사에 관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는 사이트다. 여기엔 '손 잡고 함께 나아가자(携手共進)'라고 쓴 표어 아래 중국을 상징하는 동물인 판다와 러시아를 상징하는 갈색 불곰이 가슴에 양국 국기를 각각 단 채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그림이 걸려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에서 '러시아의 해' 행사가 열렸다.

다음달에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한국과 일본 방문에 나선다. 4월 10~11일 한국 방문에 이어 11~13일 일본으로 건너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 중국 총리가 일본을 찾는 것은 2000년 10월 주룽지 총리 이후 처음이다. 동북아 외교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중국은 이미 북핵 문제 해결에서 그런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 일본은 미국.호주와 새 삼각동맹 구축=아베 총리는 4월 말 시작되는 일본의 황금연휴 때 미국을 방문,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총리 취임 후 첫 미국 방문이다. 두 정상은 양국 간 군사동맹을 재확인하는 한편 미 해병대 기지 이전을 비롯한 주일미군 재편 등 양국 간 현안과 북핵.이라크 정세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아베 총리는 13일 존 하워드 호주 총리와 양국 간 '안보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양국 관계를 '준동맹국' 수준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한.미 동맹의 결속력이 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호주를 맹방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일본 언론들은 미.일 동맹이 과거 어느 때보다 튼튼한 가운데 호주가 가세함으로써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새로운 3각 동맹 축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베이징.도쿄=진세근.예영준 특파원, 정용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