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기획 경선캠프 필승전략 ① 이명박의 7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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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3일 경남 마산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마산시 식목일 기념식수 나눔 행사에 참석해 시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시민들이 사진 포즈를 요구하자 이 전 시장이 손가락으로 브이(V)자를 그려 보이며 웃고 있다. [마산=뉴시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지난해 추석 이래 6개월째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8월 경선까지 대세몰이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를 정조준하는 검증의 칼날이 곳곳에서 번득인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빈자리를 채우고 경선 흥행을 이어가야 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요즘 이 전 시장의 머릿속엔 묘수 찾기로 가득 차 있다. 그가 다듬고 있는 필승(必勝) 7계명을 들여다봤다.

① "밉지만 미워하지 않는다"=그의 경쟁자 관리법이다. 요즘 이 전 시장은 '단합과 화합'이란 말을 달고 산다. 공개석상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칭찬하는 횟수도 많아졌다. 그는 사석에서 "박 전 대표가 참 심했다. …그러나 난 싸우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박 전 대표 측이 검증론에 불을 붙이더라도 이를 '분열 행위'로 몰아 공격을 무디게 하는 부수적 효과도 노린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도 여간한 경우가 아니면 굳이 정면 대결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② 꺼지지 않는 불씨, 네거티브 잠재우기=김유찬씨 폭로 국면을 지나면서 이 전 시장은 몸무게가 2~3㎏ 줄었다. "허리띠를 매면 바지에 주름이 잡힐 정도"라고 한다. 그만큼 마음고생이 컸다는 얘기다. 참모들에겐 "주변 사람들이 나를 뭐로 보겠느냐"며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맞검증론'으로 맞불을 놓을 수도 없다.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는 네거티브를 잠재우는 데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 선거법 위반 사건을 심층 보도한 MBC 앞에서 팬클럽 회원들이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한 측근은 "유권자에게 네거티브 면역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③ 박 전 대표와 10% 포인트 격차를 사수하라=이 전 시장 캠프에 내려진 과제이자 지지율 격차의 마지노선은 10% 포인트다. 이 전 시장 측은 시간이 흐르면서 지지율 조정기를 거칠 것으로 보고 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탈당 등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범여권 성향의 지지층이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를 최소한 10% 포인트 이상 벌리겠다는 게 캠프의 기본 방침이다.

격차가 한 자리 차로 줄어들면 민심과 그에 영향받는 당심이 심리적으로 요동칠 것으로 본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④ 당내 주류로 선다=이 전 시장 캠프 내부에선 13일의 출판기념회에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참석한 것과 영남권 중진의원인 박희태 전 국회 부의장을 영입한 것을 큰 성과로 여긴다. 상징성이 큰 인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를 통해 더 이상 당내 비주류가 아님을 부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내 전통적 주류 세력들의 지지를 확보해 나가면 대세론을 굳히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⑤ '친박' 대의원 조직을 잡아라=최근 이 전 시장은 조직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했다. 지난 대선 때 이회창 후보의 조직특보를 지낸 이성희씨를 상황실장으로 임명했다. 박 전 대표에게 우호적인 지방 대의원 조직을 허물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대의원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는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가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당내 최대 표밭인 영남권과 충청권에서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에게 다소 밀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⑥ 본선 경쟁력을 강조하라=이 전 시장은 한나라당이 범여권 후보에게 확실히 이길 사람을 경선에서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부각한다. '제2의 오세훈 효과'를 전파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 경선 때 본선 경쟁력을 부각해 맹형규 전 의원한테 이겼던 점을 상기시키는 전략이다.

⑦ 생활 밀착형 민생 공약으로 승부한다=이 전 시장은 "집권하면 국가 예산 20조원을 줄일 수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집권하면 …을 줄이겠다'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캠프에선 ▶휴대전화 통화료 인하 ▶고속도로 통행료 조정 같은 소프트한 정책들을 준비 중이다.

서승욱.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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