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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물 방치 무책임 포털 사업자 공범 처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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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여자도 솔직히 밝히자'. 인터넷 포털 다음의 한 카페가 내건 구호다. 이 카페는 음란 사진이나 낯뜨거운 동영상을 적잖게 올렸다. 네이버의 한 블로그는 성(性) 문제를 논하는 공간을 마련해 이용자들끼리 공공연히 음란물을 주고받다가 최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적발됐다. 문제가 된 네이버의 블로그나 다음 카페는 모두 1년 이상 별 규제를 받지 않고 온라인 세상을 누볐다.

인터넷에 이 같은 음란물이 넘쳐나고 있다. 통신윤리위는 최근 3년 동안 유해 매체물로 여겨지는 34만 건을 심의했고, 이 중 4만3000여 건에 대해 지우라고 명령했다. 통신윤리위 김도성 팀장은 "적발된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 유해 매체물을 헤아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네이버.다음.야후 등 포털은 온라인 세상을 좌지우지할 만큼 급성장했다. 하지만 포털이 음란물 게재를 방치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는 소홀했다는 여론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뒤늦게 이 같은 '포털의 도덕불감증'을 겨냥해 칼을 빼들었다. 정보통신부와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경찰 등 범정부 차원에서 포털을 제재하는 방안 마련에 나섰다. 서병조 정통통신부 정보보호기획단장은 26일 "포털의 음란물 방치를 차단하기 위해 음란물 게시자뿐만 아니라 포털 사업자도 형법상 방조죄를 적용해 공범으로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음란물을 게재한 사람이나 포털 사업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처벌을 받는다.

검찰은 음란물을 방치하는 포털 운영자에 대한 법적인 제재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포털이 음란물을 방치해 공익을 해칠 경우 매출액의 100분의 3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물리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경찰은 최근 음란물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난 야후코리아나 네이버.다음 등에 대해 사업자의 고의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 수사대 관계자는 "혐의가 드러나면 사회 기강을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 엄격하게 처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포털의 독과점으로 발생한 피해 사례를 수집 중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대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단속 활동이 이뤄져야 하고 음란물을 여과할 수 있는 기술적인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적잖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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