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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만의 네트워크 파티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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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1. 미국 뉴욕 은행의 전무이사 엘리자베스 다실바는 최근 뉴욕의 한 명품 구두 부티크를 찾았다. 마음에 드는 구두가 없는지 둘러보면서 그녀는 안면이 없는 다른 여성 사업가나 변호사들과 스스럼없이 인사를 나눴다. 다실바는 "좋아하는 구두 이야기를 하다 보니 처음 보는 사람과도 금방 친해진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형 로펌(법무법인)인 브라이언 케이브가 주최한 이 '구두 이벤트(shoe event)'에는 여성 사회 고위층 인사 52명이 참석했다.

#2. 메릴린치의 전무이사 로라 즈왁 드마는 수개월 전 처음 암벽 등반에 도전했다. 그녀와 함께한 전문직 여성 50명이 모두 암벽 등반은 처음이었다. 즈왁은 "3시간 동안 바위를 타면서 서로 성격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성들만의 '네트워킹 파티.행사'가 미 대기업 등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26일 보도했다. 그 형식도 '스파 미팅''리조트 회의''아트 갤러리에서 저녁''요리 강습' 등 천차만별이다. 성공한 여성들이 이러한 행사의 꽃이다. 미국의 대기업 GE는 올 5월 뉴욕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측근인 카렌 휴스(국무부 차관)와 e-베이의 CEO 맥 휘트먼 등을 초청해 여성 고객만을 위한 행사를 열기로 했다.

이런 행사는 독특한 방식으로 인맥을 쌓고자 하는 여성들이 직접 기획한다. 회사의 매출을 좌지우지하는 여성 고객과 기업 내 고위직 여성이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한 셈이다. 이들은 골프를 치거나 야구 경기를 관전하고, 저녁식사 뒤 시가를 피우는 전통적인 남성적 접대 문화보다 여성들만의 파티를 선호한다. 기업들도 "사람 장사가 중요하니 고객을 접대할 새 아이디어가 나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행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여성들만의 행사도 남성적 접대 문화가 여성에게 그랬듯 남자들을 배제하고 소외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고위직 여성은 구두 이벤트 같은 행사가 오히려 전문직 여성을 경박하게 보이게 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일부 남성은 여전히 사업에서 계약 성사율이 높은 접대 방법은 골프라며 '성공하려는 여성이라면 골프를 배우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여성이 남성과 다른 취향과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반박도 만만찮다. 회계법인 언스트&영의 여성 중역 빌리 윌리엄슨은 "고위직 여성들은 멘토(스승)를 찾거나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을 찾는 일에서 유사한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남다른 유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여성들만의 행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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