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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심·기름값'에 울다 '맥주'로 위안

중앙일보

입력

이코노미스트 이코노미스트와 한국물가정보의 조사·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샐러리맨들은 하루 최소 1만3282원을 지출한다. 출퇴근 교통비와 점심 식사 값에 하루 한 잔 커피숍에서 커피를 사 먹는다는 것으로 가정했다. 담뱃값이나 기타 잡비를 계산하지 않는 최소 비용이다.

출퇴근 때 지하철을 이용하면(기본 10㎞) 왕복 1600원, 버스를 타면 1800원이다. 우유와 제과점 빵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한다고 가정하면, 대략 2155원이 든다. 그리고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을 뽑아 마시고 400원을 지불한다. 점심은 직장인이 즐겨먹는 설렁탕을 대표 메뉴로 책정해 5500원으로 계산했다.

자장면으로 해결할 경우 전국 평균값은 3273원이다. 식사 후 회사 근처 커피숍에서 차를 마실 경우 한 잔에 3527원(전국 평균값)이다. 테이크아웃 커피를 이용할 경우 1700~3500원 정도다. 이 정도의 최소 비용이 1만3282원이다.

이를 한 달 비용으로 계산하면 어떨까. 하루 비용에 지난해 직장인 월평균 근무일수인 22.8일을 곱하면 30만원 정도가 나온다. 여기에 월 평균 음주 횟수(2004년 삼성경제연구소 조사 기준) 5.6회의 비용(16만7672원)을 더해야 한다.

이 비용은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술인 소주와 맥주값에, 안주는 소주를 마실 때 삼겹살, 맥주를 마실 때는 통닭으로 계산한 것이다.

세 명이 소주를 마실 경우 삼겹살 3인분에 소주 2병을 마신다고 가정했고, 맥주는 통닭 한 마리에 500cc 생맥주 두 잔씩 마시는 것을 기준으로 삼았다. 현재 생삼겹살의 경우 1인분이 평균 7262원, 소주는 3000원이다. 맥주는 500cc 한 잔에 2164원, 통닭은 한 마리에 1만1545원이다.

흡연 비용은 비흡연자를 포함해 월 평균 9갑으로 계산했다. 직장인들이 한 달에 몇 갑을 피우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하지만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가계 수지를 통해 근사치를 찾을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가계지출 중 담배 지출은 2만2400원이었다.

2000년에는 평균 1만6100원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담배 한 갑의 평균 가격은 2325원. 따라서 담배지출 총액을 평균 담뱃값으로 나누면 우리나라 도시 근로자는 월 평균 9.6갑의 담배를 피운다. 우리나라 인구의 25% 정도가 흡연자인 것도 감안했다.

여기에 한 달에 4회 양복을 세탁(1회 비용 6273원)하고, 1회 이발소나 미용실을 찾는다고 했을 때의 가격(1회 1만182원)을 더한다. 직장인이 연간 3회, 다시 말해 월 평균 0.2회 영화관람을 하는 통계치를 적용해 계산하면, 샐러리맨들의 월 평균 지출 비용은 52만8175원이 나온다. 개인별로 라이프스타일의 차이가 크지만 대한민국 남성 직장인의 평균값에 최대한 가깝게 계산한 것이다.

그렇다면 분야별로 샐러리맨 물가지수는 어떤 양상을 보일까.

숫자로 본 요즘 직장인의 삶

■평균 하루에
- 점심값(설렁탕 평균 가격 기준)으로 5500원을 지출한다.
- 커피숍에서 1잔 커피를 평균 3527원에 사 마신다.
- 직장생활을 위해 최소 평균 1만3282원이 있어야 한다.

■평균 한 달에
- 담뱃값으로 2만2400원을 쓴다.
- 담배를 약 9갑 태운다.
- 약 8.6회 술을 마신다.
- 음주비용으로 최소 평균 15만3489원을 지출한다.
- 양복 세탁비(월 4회)로 2만5092원, 커트 이용료(월 1회)로1만182원을 쓴다.
- 월 비정기 최소 필수 지출로 음주, 담배, 양복 세탁 및 이용료에 쓰는 비용은 약22만원이다.
- 직장생활을 하기 위해 최소 평균 약 52만원이 있어야 한다.
- 근무일수는 평균 22.8일이다.
- 월급으로 평균 254만1886원을 받는다.

소주값이 맥주값 상승률보다 높아

퇴근 후 술 한잔. 샐러리맨들이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대표적인 선택이다. 가장 선호하는 상품은 역시 소주와 맥주다. 일반적으로 직장인이 선호하는 술은 소주와 맥주가 7대 3 정도로 나온다. 그렇다면 주류 가격은 그동안 어떻게 변해왔을까. 현재 소주는 소매가격(동네 수퍼마켓 기준)으로 950원(360ml) 정도다.

20여 년 전인 85년에는 337원, 10년 전에는 666원이었다. 이 기간 평균 물가지수보다 더 많이 올랐다. 특히 소주는 맥주값과의 차이를 갈수록 좁히고 있다. 맥주는 95년에 한 병(500㎖)에 1034원 하던 것이 현재는 평균 1290원 정도다. 맥주값은 약 20년 전인 85년에는 638원이었다. 물론 소매점 가격이다.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소주의 가격 상승폭이 맥주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다. 70년 대 초를 기준으로 할 때 맥주값은 소주보다 2.8배 정도 비쌌다. 하지만 갈수록 격차가 줄면서 80년에는 1.9배였고, 2000년에는 1.4배 정도로 줄었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할 때 맥주는 소주보다 불과 1.36배 정도 비싸다. 굳이 1㎖당 가격으로 따지자면, 맥주는 2.58원이고 소주는 2.63원으로 소주가 더 비싼 술이 됐다.

직장인이 자주 찾는 생맥주의 경우 일반 호프집을 기준으로 하면 500㏄ 한 잔에 85년에는 500원이었고, 10년 뒤 1260원으로 올랐다. 2006년은 2164원이었다.

기름·교통비 크게 올라 ‘출근길 부담’

이번 조사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샐러리맨 물가지수가 일반 소비자 물가보다 높아진 것에는 교통비와 유류비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본지가 선정한 26개 품목 중 2000년 대비 가장 물가지수가 많이 오른 품목 10가지 중 버스·택시비, 경유값 등이 포함돼 있다.

70년 택시 기본요금은 80원이었으나 현재 1900원이다. 약 24배가 늘었다. 시내버스 요금은 70년에 15원이던 것이 현재 800원(교통카드)이다. 50배 상승이다. 특히 2000년 이후 교통료 인상폭이 컸고, 최근에도 인상 논란이 있는 등 갈수록 샐러리맨의 교통비 부담은 늘 것으로 보인다.

유류 역시 많이 올랐다. 국내 5개 정유사 경유 1ℓ를 기준으로 할 때 70년에는 14원, 지난해는 1272원. 단순 산술로만 100배가 넘는 상승이다. 특이한 것은 지난 35년간 경유와 휘발유 가격의 등락폭이 비슷했으나, 2000년 이후 경유 가격 상승률이 휘발유보다 크게 높아졌다.

기름값 폭등은 직장인들의 교통 수단 이용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직장인에 한정해 조사한 것은 아니지만, 서울시 교통 분담률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4년까지만 해도 승용차 통행 비율이 버스보다 앞섰지만, 2005년부터 역전 현상(승용차: 26.3%, 버스: 27.5%)이 일어났다.

‘등심이 기가 막혀’…2000년 대비 2배 올라

직장인들이 점심식사 또는 저녁 회식 때 찾는 먹거리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쇠고기 등심 가격이다. 등심은 샐러리맨 물가품목 26개 중 2000년 대비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이다. 2000년을 물가지수 100으로 했을 때 2006년 등심은 지수 221.7로 압도적인 1위다.

3위는 삼겹살로 지수 184.4다. 등심 가격의 변화를 보면, 특히 2000년 이후 가파르게 오른 것을 알 수 있다. 한우 2등급 1근(600g)을 기준으로 했을 때 70년 가격은 500원. 이때 삼겹살1근( 600g) 가격은 260원이다. 이는 정육점 판매 가격이다.

80년대 들어와서는 삼겹살이 등심보다 많이 올랐다. 이때 등심가격은 3120원, 삼겹살은 1889원이었다. 하지만 2000년에 1만6013원이던 등심 가격은 지난해 무려 3만5506원으로 껑충 올랐다. 삼겹살은 2000년 3930원에서 지난해 7262원이었다. 세계에서 쇠고기 값이 가장 비싸다는 오명이 그대로 반영된 수치다.

대표적 맥주 안주인 오징어와 땅콩의 경우 조사 품목 가운데, 인상률 3위에 올라 눈길을 끈다. 1kg을 기준으로 지난해 땅콩 가격은 1만2076원. 1990년에는 3453원, 20년 전에는 250원이었다.

직장인들의 대표적 점심식사 먹거리인 설렁탕·냉면·자장면의 경우, 35년 전과 비교하면 설렁탕이 가장 많이 올랐다. 설렁탕은 70년 97원으로 냉면(150원)보다 쌌지만 2000년 이후 가격이 역전돼 지난해 설렁탕의 전국 평균 가격은 5500원, 냉면은 5364원이었다.

냉면이 37배 오른 사이 설렁탕은 57배나 폭등했다. 이제는 흔한 음식이 된 자장면의 경우 70년과 80년에 각각 60원, 400원이었다. 지난해 평균가는 3527원이다. 식사 후 즐기는 커피숍의 커피값은 70년 50원에서 35년이 지난 지난해 70배가 오른 3527원이었다.

이용료는 유일하게 ‘인하’

샐러리맨 물가지수 중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인 품목이다. 남성 직장인이 중급 이발소에서 커트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면, 이용료는 2000년에 1만1333원 하던 것이 지난해에는 오히려 평균 9273원으로 떨어졌다. 이용료는 70년대부터 꾸준한 상승률을 보이다가 2000년 이후 정체 또는 하락했다.

이는 저가 남성 전용 미용실이 대거 등장한 것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목욕료 역시 2000년 이후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때문에 이용료의 경우, 2000년을 샐러리맨 물가지수 100으로 했을 때 이번 조사 품목 26개 중 쌀과 함께 지수가 떨어진(88.1) 품목으로 조사됐다.

인구 3명 중 1명은 월급쟁이

우리나라 총 인구 중 월급을 받는 근로자인 샐러리맨은 2006년 12월 현재 1357만7000명이다. 열 명 중 세 명 정도가 월급쟁이인 셈이다.

통계청 고용복지통계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임금근로자(Wage & Sallery Workers) 수는 1572만1000명이다. 여기서 일용 근로자를 제외한 상시근로자(임시 근로자 포함)는 1357만7000명이다. 흔히 샐러리맨은 상시근로자를 말한다. 이 중 임시 근로자는 523만4000명으로 샐러리맨의 40% 수준이다.

주 5일제 영향으로 근무 일수도 줄어 2006년 평균 근로일수는 22.8일이다. 시간으로는 192.2시간을 근무하며, 이 중 초과 근로시간을 제외한 정상 근로시간은 175.1시간이다. 물론 업종마다 차이는 있다. 통신업, 금융·보험업, 부동산·임대업, 오락·문화 및 스포츠 관련 서비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은 오히려 근로일 수가 늘었다.

그렇다면 소득은 어떨까? 지난해 1~9월을 기준으로 5인 이상 전 산업 사업체의 상용근로자의 경우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248만2000원이었다. 2005년에 비하면 5.3% 정도 늘었는데, 이 사이 소비자 물가가 2.4% 올라 실질 임금 인상률은 2.8% 정도다. 산업별로 보면, 전 산업 평균 월급을 넘는 업종은 전기·가스 및 수도사업, 금융 및 보험, 통신, 교육서비스업 등이다.

최상위 임금 수준을 보인 전기·가스 및 수도사업 업종의 경우 지난해 평균 월급은 410만7000원으로 최하위인 ‘숙박 및 음식점업’ 159만8000원보다 무려 250만9000원의 격차가 났다. 우리나라 샐러리맨이 부양하는 가족 수는 꾸준히 줄고 있다. 1965년에는 5.56명이 한 가구를 꾸렸지만 1990년 이후 네 명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해 2005년에는 3.42명까지 줄었다.

이러다 유리지갑 깨질라

공공요금 인상은 샐러리맨들의 유리지갑을 더 초라하게 만드는 주요인이다. 올해도 공공요금 인상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최근 대중교통요금 인상안이 시의회를 통과해 3월 말이나 4월 초에 시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하철·버스 기본요금(교통카드 기준)이 800원에서 900원(현금 900원에서 1000원)으로 오른다. 지하철도 기본 12㎞에 6㎞가 추가될 때마다 100원씩 더 붙는 현행 요금에서 기본 10㎞에 추가 5㎞(100원)로 단축될 것으로 보여 부담은 더 늘게 됐다. 상수도 요금, 전기요금 등도 지방자치단체별로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대학등록금과 입시 학원비도 큰 폭으로 올랐다. 올해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의 등록금 인상률은 6~10%. 지난해 전체 소비자 물가가 2.2% 오른 것에 비하면 부담스러운 인상률이다.

지난해에도 공공요금은 분야를 가릴 것 없이 대폭 올랐었다. 도시가스비만 전년도 대비 4% 내렸을 뿐 대부분 공공요금이 물가보다 많이 올랐다. 버스와 지하철은 12.5%가 인상됐고, 철도요금은 경부선을 기준으로 KTX가 7.4%, 새마을호가 7.9% 올랐다.

직장 건강보험료는 지난해에 전년 대비 4.48%(본인부담 2.25%) 올라갔고, 올해도 4.77%(본인부담 2.385%) 인상됐다. 물값의 경우 올해 경기도 용인시가 22%, 평택시의 경우 24% 올랐다.

바쁜 샐러리맨, 교통범칙금도 ‘무서워’

직장인은 바쁘다. 때문에 외근, 출장 등으로 운전을 많이 하는 직장인이라면 교통범칙금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흔히 ‘버리는 돈보다 더 아깝다’는 교통범칙금은 그동안 얼마나 변했을까?

‘신호 또는 지시위반’의 경우(승용차 기준) 1973년부터 77년까지는 2000원의 과태료를 냈다. 그러다가 82년 3만원으로 올라 95년까지 유지되다가 이후 6만원으로 올랐다. 고객 회사 앞 도로에 잠깐 주차를 해놨다가 ‘딱지’를 떼이면 73년에는 2000원을 내다 79년에 1만원으로 올랐고, 82년에 1만5000원으로 오른 후 현재는 4만원이다.

약속 시간에 늦을 것 같아 20㎞를 초과해 속도위반을 하면 현재 6만원의 범칙금이 나온다. 92년에는 3만원, 70년대에는 4000~2만원이었다. 길을 잘못 들어서 회전(U턴)을 불법으로 할 경우 73~77년 2000원, 77~79년 5000원, 82~92년 1만5000원 등으로 오르다 현재는 6만원이다.

예전에는 없다가 2001년부터 새로 생긴 범칙금도 있다.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이다. 도로 위에서 고객이나 직장에서 급한 전화가 오면 안 받을 수 없다. 이때 경찰에 적발되면 범칙금 6만원이 부과된다.

김태윤 기자[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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