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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대투 등 인수에 국내펀드들도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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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정부가 국내 큰손들이 돈을 모아 금융기관 등에 투자하는 사모주식투자펀드(Private Equity Fund)에 대해 국내 금융회사 인수를 허용하는 등 외국자본에 대항할 대형 토종자본 육성에 나선다.

정부는 6일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경제장관 간담회를 열고 한국투자증권.대한투자증권.대우증권 등 민영화하는 금융회사를 국내 자본이 인수할 수 있도록 사모주식투자펀드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지금도 사모펀드를 만들 수 있지만 설립 요건이나 투자 대상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연기금.금융회사.일반법인 등의 자본결합을 통해 대규모 투자자본의 출현을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이대로 두면 한투증권과 대투증권 등 민영화 대상 금융회사들까지 외국인들이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어떻게 키우나=우선 금융지주회사법을 고쳐 회사의 실체가 없는 페이퍼 컴퍼니(펀드)도 금융회사를 지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계획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금융회사를 지배할 수 있는 자격을 금융전업가 등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금융전업투자회사(뮤추얼펀드)도 금융회사를 지배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사모펀드 전용 자산운용사는 최소 자본금 요건을 낮추고 등록만 하면 영업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자산운용사는 자본금을 1백억원 이상 모으고 금융감독위원회의 허가를 받도록 돼 있어 설립이 어렵다. 외국 사모펀드와 같이 자산운용사도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에 돈을 집어넣어 대형화를 유도할 수 있는 길도 열릴 전망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사모주식투자펀드가 활성화할 경우 한투증권.대투증권.대우증권.우리금융지주 등의 민영화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에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 관련법을 제.개정할 계획이다.

◇효과 있을까=사모주식투자펀드가 금융회사를 인수해 실질적인 수익을 챙길 때까지 최소한 몇년이 걸린다. 투신업계 관계자는 "단기 성과를 중시하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몇년에 걸친 장기 투자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라며 "당장 내년 상반기에 민영화에 참여할 수 있는 펀드가 출현할지는 불확실하다"고 전망했다.

대기업이 사모펀드를 통해 금융회사를 인수할 경우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라는 정부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상훈 기자

◇사모펀드란=특정의 소수. 거액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금융회사나 기업의 주식에 투자해 경영성과의 개선을 통해 수익을 챙기는 것이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돈을 모아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공모펀드와는 출자자와 자산운용 대상이 다르다. 제일은행을 인수한 뉴브리지나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한미은행을 인수한 칼라일 등도 사모주식투자펀드의 일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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