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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통치”장군에 “공공의 안녕”멍군/91년을 풍미한 말…말…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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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북한총리 “궁합 잘맞아 옥동자 순산”/“한강물에 보통사람·국회의원 빠지면 오염 막기위해 국회의원부터 구조해야”/깨지면 하나 안깨지면 둘 되는건 휴전선/DJ,“「대권3수」해도 우등생 될 자신있다”/“떠오르는 태양”“지는 해는 누구냐” 파문/정주영씨 “돈없어 세금못내”
금년 한해는 내외정국의 요동이 심했던 만큼 레임덕(집권말기 권력누수)현상·핵사찰 등 생소한 정치·군사용어가 정치인들의 일상용어로 사용되고 대권이니,총선전 가시화니 하는 말들이 시중 유행어가 될만큼 풍성한 말을 남겼다. 한햇동안의 말의 흔적을 훑어 보면서 신미년 정국을 되돌아 본다.
○…연초부터 세밑까지 끊임없이 화제의 말을 양산해낸 주제는 역시 여권의 대권갈등.
김영삼 민자당 대표가 1월11일 『「예측가능한 정치」를 펴나감으로써 국민이 동의하는 가운데 정치가 미래를 향해 차질없이 달리도록 하겠다』고 포문을 엶으로써 관련조어가 양산.
「예측가능한 정치는 14대총선전에 자신을 대통령후보로 지명해 달라는 뜻.
이에 노태우 대통령은 2월9일 민자당 창당 1주년 만찬에서 『모든 것은 천시와 인시가 맞아떨어져야 하는 것』이라는 모호한 간접화법으로 응수. 박태준 최고위원등 민정계측은 『하늘에 해가 두개 있을 수 있느냐』며 레임덕 현상을 경계. 이에 어떤 의원은 『레임덕이 뭐냐』고 물었다는 소문도 나왔을 정도.
김대표계는 곧이어 『김대표(YS)이외에 DJ(김대중 민주당 공동대표)에 맞설 인물이 여권내에 없다』고 「대세론」「대안부재론」으로 공세를 계속.
이에 맞서 민정·공화계에선 「자유경선론」(이종찬 의원),「새정치 필연론」(박철언 의원),「순리론」(이춘구·이한동 의원)으로 응수해 대세론의 확산에 제동.
민정계는 6월20일 광역의회 압승이후 『DJ와의 대권결판에선 누가 나서도 이길 수 있다』는 「상시우세론」 또는 「대안론」을 개선해 대안부재론에 역공.
○중부권 역할론도 대두
○…최영철 청와대정치특보가 7월26일 서귀포에서 『민자당의 차기대권후보는 지명아닌 「야당식 자유경선」이 돼야한다』는 「제주발언」으로 제주휴가지에서 김대표를 자극. 김대표는 이에 반발해 총선전 후보결정을 요구,제주파동을 야기한 후 한라산등반에서 『산은 올라갈때보다 내려올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푸념해 노대통령의 퇴임후를 겨냥.
노대통령은 제주에서 올라온 김대표에게 『역천자(하늘을 거역한 자)는 망한다』(8월10일)면서 연말까지 「대권 논의중지령」을 내려 그 말이 당내 유행어로 정착.
이 논의과정에서 김대표는 1년여 철저하게 대외적으로 함구한 대신 황병태·김덕룡 의원 등 핵심측근이 줄기차게 「총선전 후보가시화론」 및 내년초 「정치일정담판」을 주장하거나 흘렸고 민정·공화계는 이를 「얼굴없는 공세」(오유방 의원)로 일축.
민주계는 11월들어 『총선전에 김대표가 대통령후보로 지명되지 않으면 탈당도 불사한다』는 「독자행동론」「탈당불사론」으로 공세를 취했고 김대표도 『내년 1월초 대통령과 얘기할 것』이라고 「청와대 담판설」을 기정사실화.
이틈을 비집고 김종필 최고위원도 『다음 14대국회에 할일이 많다』는 「14대 역할론」으로 지역구출마결의를 밝히고 다시 『영호남지역 대립상황에서 중부지역출신들이 할일이 많다』고 「중부권 역할론」으로 확대재생산.
김대표측은 세밑에 「TK(대구·경북) 정치배제」란 「신조어」를 만들어 내면서 새로운 대청와대 공세카드로 제기.
○…대권문제에 대한 노대통령 특유의 완곡한 어법에 대해 『한지붕 세가족을 끌고가기 위해선 안개를 피울 수 밖에 없다』(민정·공화계),「2중플레이」(민주계측)라는 옹호와 비판이 교차.
이같은 신경전이 계속되자 『정치인의 마음은 럭비공처럼 어느쪽으로 튈지 모르겠다』(노대통령),『야당생활 30년보다 지난 2년의 여당생활에서 마음의 고통이 훨씬 컸다』(김대표·11월14일)고 각기 엇갈린 심경을 토로.
노대통령은 『3김씨(JP포함)에 대해서는 역사와 국민이 그들에게 역할을 부여했으며 대통령으로서도 그들이 역할을 할 수 있게끔 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1월5일)고 「3김씨 역할론」을 개진.
대권논쟁이 1년내내 소모성투쟁으로 치달린데 대해 박준규 국회의장은 『「대권문화」가 집단이기주의·상업주의와 결탁돼 우리장래를 막고 있다』(10월21일)고 「대권문화」란 용어를 발굴해 자탄. 김대중 민주당대표는 이를 두고 『내년초 민자당에 「천하대란」이 일어나도 놀랄 것 없다』고 내분을 부채질.
김대중 대표는 『대학을 3수끝에 들어가도 우등생이 될 수 있으니 3수해도 타박말라』(12월6일 관훈토론회)고 야권통합후 유일한 야권대통령후보임을 기정사실화.
○“6공,나침판 고장난 배”
○…올해는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속에 연속적으로 「사건정국시리즈」가 계속되면서 6공정부성격에 대한 조어가 난무. 뇌물외유 및 수서사건으로 정치권이 궁지에 몰리자 김영삼·김대중씨는 4월1일 대구회동에서 『공안통치를 배격한다』고 합의해 여당대표가 「공안통치」를 비난.
특히 4월의 강경대군 치사사건이 일어나자 『공안파는 총대신 법전을 들고 여론조작과 정치공작의 세련된 기술로 민주주의의 싹을 죽이고 있다』(한광옥 평민의원·4월 임시국회)면서 「공안통치정권」을 맹공.
이에 노대통령은 『공안은 공공의 안녕과 사회질서를 위한 것』(4월23일)이라는 사전적 풀이로 맞받아쳤으나 역불급해 「공안통치」의 표적이었던 노재봉 총리를 퇴진시켜야했다.
야당측은 6공정부에 대해 『6공정권은 나침반이 고장난 배』(박상천 평민당대변인),『6공은 5불(불안·불신·부조리·불법·불화) 5무(무책임·무성실·무질서·무절제·무희망)정책으로 일관한 정권』(손주항 의원),『식수원을 오염시킨 공해정부·구정물정부』,『물가하나 제대로 못잡는 물정부』(이철용 의원),『6공정권은 무철학·무정책·무책임의 3무정권』(신순범 의원),『6공정권은 살농정부에 골프장공화국』(김영진 의원)이라고 새로 규정.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도 『우리사회는 힘들여 이룩한 경제적 성과를 스스로 잠식하고 있다』(10월26일 고 박정희 대통령 추도식)고 6공정부의 무능을 힐난해 결국 「괘심죄」에 걸려 주식변칙양도세로 1천3백여억원을 추징당했다.
4,5월의 강경대군 치사정국의 분위기를 반전시킨 정원식 총리 폭행사건(6월3일 외대)이 발생하자 정총리는 『내 종아리를 치고싶은 침통한 심정』이라고 토로.
○…올 한해는 연초부터 국회의원들의 뇌물외유 사건 및 수서사건연루,여야의 극한 대립에 따른 법안 무더기 날치기통과 등의 영향으로 「정치불신론」을 절정으로 끌어올리면서 자해성·자조성말이 많았던 것도 한 특징.
의원들의 잇따른 비리사건으로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절정에 달하자 이진우 의원(민자)은 『일부 국민 사이에는 「한강에 보통사람과 국회의원이 빠지면 강물오염을 막기위해 국회의원부터 구출해야한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국회는 공해단체가 돼버렸다』(1월23일 대정부질문)고 자조.
심지어 『여론조사에서 국회의원직업이 창녀와 함께 최하위 인기를 기록하고 있다』(이진우 의원)고 자탄했고 후반기에는 여야의 극한대립으로 날치기법안 통과사태가 빈번하자 『텔리비전에 국회 뉴스가 나오면 일부 주부들 사이에선 자녀교육상 꺼버린다더라』고 의원들도 곤혹스러워했다.
노대통령도 『정치인들과 섞여 있다보니 뭔가 뒤떨어지는 것 같고 머리가 나빠지는 것 같아 답답했다』(2월22일 한국과학기술원 다과회),『여러분이 시를 읊으면 만인의 심금을 울리게 되지만 요즘 정치인이 읊으면 만인을 웃기게 될까 두렵다”(10월31일 청와대 「시인의 밤」고 동조.
○김동길씨 깃발론 관심
○…정치가 궤도를 이탈하고 정치불신이 극도에 이르자 정치권 외곽의 김동길 전 연대교수가 「깃발론」을,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정치인 선별지원론」을 각각 들고 나왔고 5공쪽의 장세동 전 안기부장은 「창조적 신당론」을 제기해 「5,6공 화해」니,대결이니 하면서 시중의 화제.
김 전교수는 『인물중심의 정치에서 이념중심 정치로 바꿔야 한다』며 기성정치의 개혁을 다짐하는 「깃발론」(6월26일 중앙일보와의 회견)을 제시해 인기를 얻자 「태평양시대위원회」를 조직하는 선으로 발전.
정명예회장은 현대그룹에 대한 세금추징문제로 6공과 강한 대립을 보이면서 『돈이 없어 세금을 못낸다』(11월18일)고 반발. 세밑에 신당추진 계획이 드러나자 이를 부인하면서 『소유주식 매각으로 조성된 1천3백61억원의 일부가 건전한 사고방식을 가진 올바른 정치지망생들에 지원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선별지원론으로 후퇴.
전 전대통령의 6·29 주체설이 『월간조선』에 기고되자 노대통령은 『공다툼은 있게 마련』이라고 일축.
○…민자당 내분과 야권통합의 소용돌이속에 양김구도와 세대교체론간의 미묘한 대립을 드러낸 말도 적지 않았다.
이종찬 의원등 민자당의 신정치그룹의원들이 양김구도의 청산과 「새정치론」을 제기.
이기택 민주당 총재는 양김관계를 『「사람 인자」처럼 한쪽이 쓰러지면 다른 쪽도 견딜 수 없는 의존관계』(4월26일)라면서 양김퇴진론을 폈으나 결국 9월10일 김대중 대표와 제휴,통합야당인 민주당을 결성.
월계수회 핵심의 나창주 의원(민자)은 박철언 전 체육청소년부장관을 『떠오르는 태양』(3월11일)이라고 말해 청와대·민주계쪽에서 『그렇다면 지는 해는 누구냐』는 불쾌감을 촉발했고 결국 군부쪽으로부터 강한 불만이 터져나와 박씨는 월계수 고문직을 사퇴.
○야통합에 “녹는 눈 될 것”
○…30년만에 부활된 지자제선거도 많은 말을 양산.
기초의회 선거에서 친여성향 후보가 압승하자 박희태 민자당대변인은 『금소령이 내려져 웃지도 못하겠다』(3월27일)면서 『지자제는 평민당의 옥동자』(김대중 총재)라고 기대했던 평민당측을 비아냥.
광역선거직전 이철용 의원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 아니냐. 주지(김대중 총재)는 좋은데 절분위기가 싫다』며 신민당을 탈당.
광역선거 참패등으로 결국 신민·민주당이 민주당으로 통합을 이루자 박희태 민자당대변인은 양당통합을 「홍노점설」에 비유,『결국 빨갛게 달군 화로불에 녹아내리는 눈』이 될 것이라며 「김대중당」이라고 평가절하에 안감힘.
○…남북관계는 엔테베식 작전·핵사찰 등 생소한 용어를 일상용어로 유포하면서 남북해빙으로 진전.
노대통령은 민자당 수뇌부와 만찬때 『깨지면 「하나」지만 안깨지면 「두개」가 되는게 뭐냐』(3월30일)는 수수께끼(답은 휴전선)를 낼 정도로 남북문제에 집념.
「12·13 남북합의서」를 채택한 후 가진 축하만찬석상에서 『10개월이면 애를 낳는데 1년3개월 산고끝에 출산한 옥동자』(북한 연형묵 총리),『연총리와 내가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정원식 총리)고 남북총리가 화답하는 남북화평무드를 창조.
노대통령은 『남쪽 농촌총각과 북쪽 처녀들이 혼인했으면 좋겠다』며 남북정상회담을 기대.<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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