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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blog] 그래서 '와 스타디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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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베이징 올림픽 축구 아시아 2차 예선 경기가 28일 오후 8시 경기도 안산 와(WA) 스타디움(사진)에서 열립니다.'(스포츠 뉴스)

"뭐, 와~스타디움? 거 이름 참 희한하네."

"감탄사도 되고, 와서 보라는 뜻도 있고, 정말 기발하네. 도대체 누가 지었지?"

이 경기장의 이름을 지은 사람은 박주원 안산시장입니다. 안산시는 1100억원을 들여 고잔역 인근에 3만5000명을 수용하는 종합운동장을 최근 완공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연말 시청 직원을 대상으로 경기장 명칭을 공모했습니다. 여기서 나온 이름이 '안산종합운동장'이었습니다. 박 시장은 "다른 데와 똑같이 하려면 뭐하러 공모를 했나. 좀 참신하고 기발한 이름을 생각해보라"며 퇴짜를 놓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관내 여성 축구대회에서 박 시장이 축사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매서운 추위에 떨고 있는 선수들을 향해 박 시장이 "날씨가 추우니 축사를 짧게 하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선수들이 일제히 "와~"하고 탄성을 질렀습니다. 순간 박 시장은 "관중이 외치는 함성을 경기장 이름으로 만들자"고 제안했고 '와~스타디움'이 탄생한 것입니다.

안산시는 영어로 WA는 '원더풀 안산(Wonderful Ansan)' '웰컴 투 안산(Welcome to Ansan)'으로 쓸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국내에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멋진 경기장이 많습니다. 월드컵경기장만 해도 10개나 되죠. 하지만 이름은 천편일률로 지역명을 넣은 것입니다. '빅 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 '스틸야드(포항축구전용구장)' 등은 축구팬이 지은 별명이지 공식 명칭이 아닙니다. 외국에는 전설적인 선수 이름을 딴 주세페 메아자(이탈리아 밀라노), 주위 경관을 담은 리버사이드(잉글랜드 미들즈브러) 등 멋진 이름의 경기장이 많죠.

안산시는 후원금을 받고 기업명을 넣어주는 '네이밍 라이트(naming right)'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와~ 삼성 스타디움' 또는 '기아 와~스타디움'이 되겠죠. 외국에는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영국 런던), 알리안츠 아레나(독일 뮌헨) 등 기업 이름을 넣은 경기장이 많습니다.

박 시장은 "이름처럼 안산 시민에게 즐거움을 주고, 착실한 수익 사업으로 흑자를 내는 경기장을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개장 기념으로 열리는 한국-우즈베키스탄전은 발매 이틀 만에 전 좌석이 매진됐습니다. 관중이 "와~와~" 함성을 지르는 멋진 골이 펑펑 터지기를 기대합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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