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직장생활=취미생활' 웰빙의 경영 철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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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이본 취나드 지음, 서지원 옮김

화산문화, 278쪽, 1만2000원

레저 책이 아니다. 아웃도어 명품업체 파타고니아를 설립한 지은이의 삶과 철학이 담긴 경영서적이다. 그런데, 레저 얘기가 자주 나온다. 저자 자신이 모험을 즐기는 세계적인 암벽 등반가다. 그는 자신을 이렇게 표현한다. "나는 내가 비즈니스맨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 애쓰며 살아왔다. 나는 클라이머이고 파도.카약.스키를 타는 사람이며, 등산장비를 만드는 대장장이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탓에 "낚시하는 개울에서 물을 떠 마셔도 엔간해선 배탈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파타고니아 직원들도 멋진 파도가 몰려오면 서핑을 하러 간다. 눈이 오면 스키를 탄다. 파타고니아에서는 직장과 취미 사이의 경계가 없다. 직원 면면도 눈길을 확 끈다. 환경운동가, 프리랜서 디자이너, 급류타기 선수, 세차요원, 낚시프로, 변호사, 등반가이드, 삼림보호원….

그래도 기업은 기업인 모양이다. 1990년대 초반, 파타고니아는 불황을 맞는다. 재고가 쌓이고, 주거래 은행은 파타고니아의 신용한도를 반으로 줄였다. 결국 20% 가량 직원을 해고했다. 지은이는 "부채를 피할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 나도 비즈니스맨"이라고 되뇌인다.

그럼에도 파타고니아가 추구하는 가치는 일반 기업들과는 딴 판이다. 회사의 모든 결정들은 환경적 이익의 맥락에서 이뤄진다. 회사가 만드는 모든 제품에는 유기농으로 재배된 원료만 사용된다. 총매출의 1%는 지역공동체나 환경보호운동에 기부된다.

웰빙 시대에 새로운 기업 모델을 찾아볼 수 있는 책이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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