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가 부티크 아닌 '인터넷쇼핑몰'로 간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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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의 유통 경로가 바뀌고 있다. 국내외 톱 패션디자이너들이 기존의 부티크 매장보다 온라인 쇼핑몰 입성에 열성이다. 온.오프라인 매장을 동시에 가동하면 고가 고객층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저가 젊은층은 온라인에서 끌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21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2007 S/S Gmarket Fashion Festa]에서 디자이너 장광효를 비롯해 국내의 내로라 하는 유명 디자이너 8명이 선보인 패션쇼 피날레 모습이다.

온라인 장터 G마켓의 경우 작년 12월 오픈한 디자이너샵 코너에 톱 디자이너 25명이 순차적으로 입점 중이다. 오픈마켓 옥션 역시 올 들어 디자이너샵 입점이 20% 정도 늘었다. 지난달 개설된 아디앙스 인터넷 쇼핑몰에선 패션 디자이너가 각자 독립적인 숍을 가지고 의류를 판다. 아예 오프라인 매장을 아예 접고 온라인 매장에 전념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오프라인 '철수' 쇼핑몰 '올인'="백화점 수수료 40%에 청담동 권리금.월세 부담…. 아예 자리를 뺐어요." 올 1월 청담동과 백화점 내 숍을 모두 정리한 디자이너 김선여(칸쥬 수석디자이너)씨. 2004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푸치니 페스티벌'의 개막작 오페라 '나비부인' 의상을 담당하는 등 국내외서 이름난 디자이너인 그가 대신 택한 곳은 G마켓. 김씨는 "유통과정의 거품을 빼고나니 온라인에선 기존 가격의 70% 선에서 의류를 판매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시장 발전 가능성도 높게 내다봤다. "판매 수량만 따져봐도 숍을 찾는 사람을 상대로 하는 건 한계가 있지만 온라인에선 전국 나아가 해외까지 아우를 수 있지요."

3년여간 청담동 개인숍을 운영했던 송영선 디자이너(Dicky 대표)도 최근 온라인 쇼핑몰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불과 6~7년 전 만해도 맞춤 의상실이 성행했으나, 경기 불황과 함께 값싼 기성복에 눌려 매출 부진을 겪었다"며 "온라인에 와서 오프라인 때보다 순수익이 2~3배 늘었다"고 말했다. "문턱을 낮추니 지명도 높아지고 수입원도 확대됐어요. 디자인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빠르게 변하는 패션 트렌드를 읽어낼 수 있는 것도 장점이죠."

◇장광효는 왜 '인터넷'에 갔을까=지난 21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2007 S/S Gmarket Fashion Festa'에는 디자이너 장광효(카루소 대표)씨를 비롯해 국내의 내로라 하는 유명 디자이너 8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인터넷으로 눈길 돌린 디자이너'다. 개인 매장으로 기존의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한편 온라인 쇼핑몰에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저가' 전략을 써서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다.

장광효씨는 "예전엔 디자이너들이 소량만 만들어 비싼 값에 팔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옷을 대중에게 선보일 기회가 드물었다"며 "변화된 시장에 맞춰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에게 내 옷을 입힐 생각"이라고 말했다.

각지의 다양한 고객과 만날 수 있는 것도 디자이너들이 쇼핑몰로 몰리는 이유다. 디자이너 김무겸&우재이(convexo concave 실장)씨는 "오프라인 매장은 지역에 따른 컨셉트를 따라가야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공감대가 형상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을 매력으로 꼽았다. 패션 트렌드 정보나 동향을 한발 앞서 접할 수 있다는 장점도 들었다.

디자이너 장주희(Vanity in You 대표)씨는 "쇼핑몰에는 그만큼 패션에 관심있는 고객이 오기 때문에 트렌드에 매우 민감하다"고 했다. 40대 '강남 아줌마'의 독점이었던 부티크 대신 보폭을 넓혀 '젊은 층도 소화할 수 있는 옷을 만들 수 있을까' 시험해 보고 싶었다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디자이너 김선여씨는 이렇게 말했다. "고객과의 실시간 피드백이 오가는 온라인 쇼핑몰은 디자인 창작 활동에 자극제가 되기 때문에 매주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 낼 수 밖에 없다. 디자이너에게 이보다 더 흥미진진한 일이 어딨겠는가."

글=이지은 기자, 동영상취재=윤은정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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