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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 자극 주려면 스승의 연주가 최고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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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연세대 교수로 있는 정상급 연주자 8명이 실내악단 ‘연세 체임버 플레이어스’를 창단, 24일 기념공연을 앞두고 한자리에 모였다. 첼리스트 양성원 교수만 빠졌다.김성룡 기자

"한번 모여 연습하기도 힘드네요. 둘 셋씩 모여 연주한 적은 있지만 다 같이 모인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드림팀' 실내악단이 탄생했다. 연세대 교수 8명이 뭉쳐 만든 '연세 체임버 플레이어스'다. 이경숙(63.피아노), 강동석(53.바이올린), 조영창(49.첼로)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스타급 독주자를 중심으로 김영호(51.피아노), 양성원(40.첼로), 김상진(35.비올라), 김현아(34.바이올린) 등 학생을 가르치면서도 연주를 게을리하지 않는 교수들이 뭉쳤다. 독일에서 활발한 체임버 음악 활동을 하며 음반을 냈던 라이너 목(비올라) 교수도 이번 학기에 부임하면서 이 실내악단에 합세했다.

이들은 각각 듀오.트리오 등으로 만났다 헤어진 적은 있어도 정기적으로 연주를 하기 위해 다함께 모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5일 창단 기념 연주를 한 '금호아트홀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의 '올스타 앙상블'을 떠올리게 한다.

"학생들에게 실내악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자극'을 주는 데는 스승의 연주가 최고"라는게 창단 이유다. 미국 줄리어드.커티스에서 교수진이 만들어 학교 이름을 걸고 활동하는 실내악단이 있는 것도 연세 체임버 플레이어스의 활동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됐다. 24일 연세대 대강당에서 여는 창단연주회는 이런 취지를 살리기 위해 전석 무료로 결정했다.

연세대가 실내악에 들이는 공은 이 뿐만 아니다. 이번 학기부터는 학생들에게 실내악 공부를 제대로 시키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학생들의 실내악 코치는 라이너 목 교수가 맡았다. 선택과목이던 실내악이 필수로 바뀐 것도 이번 학기부터다.

한편 피아니스트 김대진(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주축이 된 '금호아트홀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 또한 "국내의 빈약한 실내악 기반을 다지겠다"며 국내 최초의 연주홀 상주 실내악단체로 시작했다. 내로라하는 연주자들이 서로의 소리를 들으며 연주하기 위해 모였다. 화려한 독주자만이 주목받는 국내 분위기에 일침을 가하겠다는 뜻이다.

지난달 네덜란드 현악 4중주단인 '암스테르담 로열 콘서트헤보우 스트링 콰르텟' 연주회를 기획했던 (주)예술중심의 고찬일 씨는 "실내악은 수채화와 같아서 '자극'을 원하는 한국 청중들에게 인기가 없다. 실내악 공연은 적자를 감수하고 기획한다"고 말했다. 협연자가 낀 공연에 비해 티켓 판매는 절반 수준에 그친다.

김대진 교수 또한 "훌륭한 실내악 공연이 한국에서 참패를 면치 못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실내악을 연주하고 즐길 줄 알게 하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타 플레이어들의 잇단 실내악단 창단이 침체한 한국의 실내악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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