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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세븐 전셋값 약세, 이유도 가지가지

중앙일보

입력

본격적인 봄 이사철을 맞아 서울ㆍ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대체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잇단 집값 안정 대책과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으로 서울ㆍ수도권 아파트 값이 안정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전세시장은 불안의 불씨를 안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서울ㆍ수도권에서도 유독 전셋값이 약세 또는 하락세를 보이는 곳이 있다. 바로 지난해 정부가 지목했던 ‘버블세븐’(서울 강남권, 양천구 목동, 경기도 분당ㆍ평촌신도시, 용인시) 지역이다.

이사철을 맞아 전세시장이 한창 분주할 법도 한데 이들 지역은 대부분 한산한 분위기다. 일부 지역에선 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오르고 있지만 침체한 시장 분위기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다.

강남권 약세 주도

이런 현상은 주간 변동률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정보협회 조사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영등포(0.47%)ㆍ관악(0.43%)ㆍ서대문(0.42%)ㆍ은평(0.40%)ㆍ구로(0.39%)ㆍ중랑구(0.39%) 등 비강남권을 중심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하지만 강남(-0.02%)ㆍ서초(0.12%)ㆍ송파(0.24%)ㆍ양천구(-0.17%) 등 강남권과 목동이 있는 양천구는 약세 또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강남권 등의 전셋값 약세 현상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초부터 3월 셋째주까지 강남(2.47%)ㆍ송파(3.03%)ㆍ양천구(5.41%) 등은 다른 지역에 비해 전세가 상승률이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 지역의 올해 전셋값은 서울 전체 평균치에 크게 미치지 못할 뿐더러 양천구의 경우 1.17%나 가격이 떨어졌다.

버블세븐 지역의 전셋값 약세 이유는 가지가지다. 예년 같으면 학군 수요로 전셋값이 들썩거렸던 강남권, 특히 강남구에선 요즘 학군 수요가 확 줄었다. 고교 내신 강화와 광역학군제 도입 등으로 학군 메리트가 떨어진 때문이다.

송파구의 경우 학군 수요 감소 외에 제때 소화되지 못하고 있는 입주 물량 영향으로 대체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목동에선 지역 내 명문학교 전학이 불가능해지면서 전세 수요가 뚝 끊겼다. 분당은 지난해 하반기 동안 너무 올라버린 전셋값에 부담을 느끼는 수요가 적지 않다고 한다. 용인에선 동백지구와 인근 지역에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전반적인 약세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내신 성적 비율 높아진다는 데 굳이 강남 갈 필요 있나요?”

매년 이 때쯤이 되면 ‘학군 특수’로 전셋값이 들썩거리던 서울 대치ㆍ개포동 등에서도 전세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등 예년과는 전혀 딴판이다. 가격도 약세다. 물론 이달 중순이 다가오면서 가격이 오름세를 타고 있지만 그 폭은 미미한 수준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 전셋값은 2억2000만~2억3000만원 선이다. 지난해 말 시세와 비교하면 3000만원 가량 떨어졌다. 그래도 전세 물건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대치동 명지공인(02-557-6969) 송명덕 사장은 “광역학군제 도입과 고교 내신 성적 비율 강화 등 새롭게 바뀐 입시제도의 영향으로 내신 경쟁이 치열한 강남권 학교로 전학 오려는 학군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게 전셋값 약세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대치동 우성1차도 약세다. 한달 새 가격이 움직임이 없다. 31평형의 경우 지난해 말보다 5000만원 정도 빠졌지만 물건이 좀처럼 소화되지 않는다. 대치동 우성공인(02-555-2133) 관계자는 “해마다 봄 이사철을 맞으면 전세수요가 폭증했지만 올해는 전세 수요가 확 줄었다”며 “매매 거래도 끊겼지만 전세 거래도 없다”고 말했다.

개포동 주공 단지(고층) 등도 한 달 새 1000만원 정도 호가가 빠졌지만 물건이 쉽지 나가지 않는다. 개포동 개포공인(02-2057-1472) 채은희 사장은 “올 봄 전세 시장은 작년 상황과는 180도 다른 분위기”라며 “예년 같으면 신학기를 앞두고 매물이 없어 계약을 못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문의조차 뜸하다”고 말했다.

여느 지역과 달리 ‘버블세븐’(서울 강남권, 양천구 목동, 경기도 분당ㆍ평촌신도시, 용인시) 지역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분당신도시 전경.

서초구, 이주 수요 소화되면서 안정세로 돌아서

서초구도 그동안의 강세에서 벗어나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 서초구는 이번 주 0.12% 오르는 데 그쳤다. 전주(0.37%)에 비해 상승 폭이 크게 줄었다.

서초동 로마부동산(02-532-1050) 김성일 사장은 “지난달 반포동 삼호가든1, 2차(1034가구)와 미주(280가구) 등 재건축 단지의 이주가 시작되면서 인근 단지의 전셋값이 상승세를 탔으나, 지금은 이주 수요가 어느 정도 소화돼 가격 오름세도 주춤한 편”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입주 물량 쇼크로 약세

송파구는 학군 수요 감소에다 입주 물량 쇼크도 받고 있다. 잠실동 레이크팰리스(옛 주공4단지)의 입주(지난해 12월말 입주) 물량이 중대형 평형 중심으로 아직까지 소화되지 않은 물량이 많이 남아 있다.

오금동 가락상아1차 40평형은 1억9000만~2억3000만원으로 보름새 1000만원 가량 내렸다. 신천동 장미1차 39평형도 한 달 전 시세와 비슷한 2억2500만~2억8000만원이다. 잠실동 주공5단지는 지난해 말 형성된 시세가 아직까지 큰 변동 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34평형은 2억~2억2000만원선이다.

잠실동 송파공인(02-422-5000) 관계자는 “전세 수요가 많이 준 데다 인근 레이크팰리스 입주 전세 물건 등 대체지 물량이 풍부한 것도 전세시장 안정에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목동, 전학 못해 전셋값 ‘뚝’

예년 같으면 학군 수요가 집중되며 한 달 새에 수천만원씩 오르던 목동신시가지 일대 아파트 전세시장이 요즘 완전히 얼어붙었다. 전세 수요가 크게 줄면서 가격도 하락세다. 지난 1월 말 이후 두 달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현지 부동산업계에서는 “전세시장이 소화 불량이 걸린 것 같다”고 말한다. 전세 물건은 늘고 있으나 좀처럼 빠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목동신시가지2단지 27평형은 일주일새 1000만원 내려 1억8500만~2억2000만원 선이다. 목동 월드메르디앙3차 31평형은 이달 초보다 1000만~2000만원 빠져 2억6500만~3억1000만원에 물건이 나오고 있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전셋값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목동으로 이사하더라도 목동 내 학교 전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목동 VIP공인(02-2645-6000) 이재윤 실장은 “최근 몇 년간 주변에서 유입된 전입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목동 내 초등ㆍ중학교의 경우 전학생을 받아들일 여력이 없어졌다”며 “자녀 교육 때문에 이곳으로 거주지를 옮겨와도 학교 전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전세 수요도 확 줄었다”고 말했다.

분당, 가격 부담에다 삼성물산 본사 이전도 영향

분당신도시 서현동 삼성아파트 49평형은 3억1500만~3억8500만원으로 한 달 전 시세 그대로이다. 야탑동 탑마을 기산아파트 48평형은 보름 전보다 1000만원 가량 내려 2억4000만~2억9000만원이면 전세를 얻을 수 있다.

분당신도시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전세시장 위축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난해 가을의 폭발적인 매수세 증가를 꼽고 있다. 전세 수요자 상당수가 집값 급등에 다급함을 느껴 대거 매매로 돌아선 게 봄 이사철 거래 위축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지난해 추석 이후 급등한 전셋값도 신규 전세수요 위축의 원인으로 꼽힌다. 수천만원씩 오른 전셋값과 이사비용에 따른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계약기간이 끝난 세입자들이 가능한 한 기존 전세계약을 연장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서현동 늘푸른공인(031-704-1144) 노성훈 사장은 “지난해 가을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너무 높여놓은 것도 시장 약세의 원인”이라며 “분당의 전세보증금이 인근 용인지역 등에 비해 워낙 비싸다 보니 신혼부부 등의 전세 수요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분당 서현동에 본사를 두고 있는 삼성물산의 서울 서초동 이전도 전세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삼성물산이 서초동 삼성타운으로 옮겨갈 예정이어서 서현동 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의 상권 위축과 함께 아파트 전세시장 약세도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야탑동 D공인 관계자는 “10~20평형대는 신혼부부 등 수요가 많은 편이지만 40평형대 이상은 워낙 수요층이 적어 가격 약세가 지속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평촌신도시 역시 인근 의왕 포일주공과 대우 사원아파트 재건축 이주 수요 등으로 올 초 전셋값이 들썩였으나 지금은 수요가 상당부분 소화되면서 안정세를 찾고 있다.

용인, 동백지구 등 입주 단지 많아 물량 풍부

용인지역 전세시장도 안정세다. 이곳에서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전세 물건 부족과 함께 향후 용인지역에 쏟아질 분양 물량을 노린 예비 청약자들이 전세 수요자로 가세하면서 전셋값이 강세를 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동백지구 등에서 입주 물량이 다시 쏟아지면서 가격도 약세로 돌아섰다.

동백지구에서는 상록롯데캐슬(847가구)이 내달 입주한다. 입주를 앞두고 전세 물량이 대거 시장에 나오면서 30평형대 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1000만~2000만원 싼 9000만원대로 떨어졌다. 여기에다 동백지구 인근에서 동백아이파크(313가구)가 내달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어정동 동백로얄듀크도 상반기 입주 예정이다. 이밖에 용인 죽전이나 수지 쪽도 전셋값이 안정 기조를 나타내고 있다.

조인스랜드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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