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호텔·기업 총파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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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마오쩌둥주의 공산 반군이 한 호텔 사장을 폭행하고 납치한 사실이 알려지자 20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수도 카트만두 시내 옛 왕궁 앞 도로에서 항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카트만두=김춘식 기자]

"약탈과 위협을 중단하라." "정부는 기업인을 보호하라."

20일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시내에는 이런 구호가 난무했다. 기업인.교사.학생.변호사 등이 대거 참가한 가운데 열린 무기한 총파업 시위에서다.

발단은 마오쩌둥(毛澤東)주의를 추종하는 네팔의 공산 반군(마오이스트)이 제공했다. 이들은 18일 카트만두 시내의 우드랜드호텔 소유자에게 거액의 현금과 자신들이 장기 거주할 10개의 빈 객실을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그를 폭행하고 납치했다.

카트만두 지역 마오이스트 지도자인 바드리 바지가인은 20일 "우리 조직원 두 명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다"며 "조사해 결과를 곧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은행과 공장, 학교와 점포, 호텔과 항공사 등이 전국적인 총파업에 대거 참여했다. 네팔 최대 기업인 카우드하리 그룹도 총파업에 동참했으며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월드링크는 21일 서비스를 중단했다. 호텔업자들은 공산 반군의 무차별 테러에 항의, 외국인을 포함한 모든 숙박객을 1주일 내에 내보낼 계획이다. 5성급인 래디슨 호텔은 22일 이후의 예약을 모두 취소했다. 성업 중이던 카트만두 시내의 상가들은 거의 셔터를 내린 상태다. 이 때문에 히말라야 관광객에게 크게 의존하는 네팔의 관광산업은 물론 경제 전반이 거의 멈춰서다시피 했다.

프라카시 슈레스타 네팔 호텔협회 회장은 "총파업이 자살행위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이렇게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18일 오후부터 시작된 총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네팔 상공회의소 측은 "정부가 마오이스트들의 폭력행위를 방치하고 있다"며 "즉각 나서서 치안을 확보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프라딥 기아왈리 관광장관은 "정부에서 치안대책을 세우고 있으니 파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마오쩌둥주의 공산 반군은 지난해 11월 네팔 정부와의 평화협상에서 내전을 끝내기로 합의했으나 폭력사태는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의 정부군과 반군의 충돌 과정에서 1만3000명이 숨졌다. 반군은 1996년 히말라야 농촌을 근거지로 네팔 군주제 폐지와 농민 해방 깃발을 내걸고 무장투쟁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갸넨드라 국왕이 직접 통치를 포기하자 전격적으로 휴전을 선언했다. 정부와 마오이스트 양측은 현재 과도정부 구성을 협상 중이다. 제헌의회 구성을 위한 총선은 6월께 실시될 예정이다.

카트만두=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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