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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내신제 확대 "수능 다시 보자" 고4생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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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고4'로 불리는 재수.반수생이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주요 대학들이 2008학년도 입시에서 수능 위주 선발 인원을 늘린 데다 일부 대학이 비교 내신제를 도입하는 데 따른 현상이다. 수능시험만 잘 보면 상위권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고3 재학생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불이익을 우려하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인터넷에는 "대학이 사실상 재수를 장려하는 것 아니냐"는 고3 학생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 학원 상담 급증=수능 비중 강화에 이어 비교 내신제 도입을 검토하는 대학들의 움직임이 알려지면서 학원가가 바빠졌다. 서울 C학원 상담과장은 "수능 우선 선발 확대 발표 이후 조금씩 늘어나던 학생들의 전화 문의가 비교 내신제 적용 논란이 불거진 요즘은 하루에 10여 건 이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수험생들이 하향 지원을 많이 해 일부 학원에서는 재수반 등록생이 절반까지 줄었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전체 재수생 수가 예년 수준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수생 임모(20)씨는 "내신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은 재수생에게 비교 내신제가 희망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 비교 내신제 논란 확산=서울대는 비교 내신제를 도입하지 않을 방침이다. 그러나 고려대.한양대.경희대에 이어 비교 내신제를 도입하는 대학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재학생과 교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서울 C고 3년생 이모군은 "재수생은 수능만 열심히 하면 되고, 우리는 수능과 내신을 다 잘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 M고의 진학 담당 교사는 "수능 실력이 좋은 특목고 학생들이 의예과 등 인기학과에 입학하기 위해 대거 재수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비교 내신제 도입의 취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과거의 학생부 석차를 활용해 등급 산출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비교 내신제 도입은 특목고 출신 재수생에게 사실상 혜택을 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려대 박유성 입학처장은 "기존 학생부 성적을 등급제로 환산하다 보면 같은 석차의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등 여러 문제가 생겨난다"며 "비교 내신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반박했다.

◆ "재수에는 신중해야"=비교 내신제를 염두에 두고 재수를 했다가 논술.수능시험을 망칠 경우 낮은 내신성적을 받게 돼 입시 자체를 그르칠 수 있다. 이재용 연세대 입학처장은 "재수생 급증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 비교 내신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며 "대학 신입생들은 수능시험을 다시 치러도 성적이 그다지 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운 현대고 교사도 "재수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더 많다"고 말했다. 김명신 교육개혁시민연대 운영위원장은 "우리 사회에 재수가 장려되는 분위기가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상언.박수련 기자

◆ 비교 내신제=고교 재학 중 받은 학생부(내신) 성적을 반영하기 어려울 때 다른 전형요소(수능.논술 등)의 성적을 바탕으로 학생부 성적을 다시 계산하는 것을 말한다. 대학들은 지금까지 주로 삼수생 이상 또는 고졸 검정고시생이나 내신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특목고 출신 일부 학생에게 적용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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