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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전문주점」시대 활짝|달라진 술집 문화 새 풍속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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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술집문화가 변하고 있다. OB호프·뉴시티·백화주막·투다리·꼬치마당·동원참치·모젤란트·씨그램 클럽등 술값부담이 크지 않은 전문주점들이 최근 2∼3년새 술꾼들의「주류」를 완연히 바꿔놓았다.
룸살롱·카페등 호화유흥업소에 대한 정부의 과소비 억제시책이 효과를 거두어서라기보다 술제조업체들의 마케팅 전략이 주효해서다.
기업의 판로개척을 위한 마케팅 전략은 이처럼 때로는 소비행태와 소비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꿔놓는 것이다.
80년대 중반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이같은「전문주점」들의 효시인 OB호프의 등장내력이 바로 그 좋은 예다.
많은 사람들은 80년 연말께부터 전국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던「OB 베어즈」「크라운베어즈」라는 싼값의 맥주집을 기억할 것이다.
베어즈 덕분에 당시까지만해도 「고급주」로 통했던 맥주의 대중화가 처음으로 이뤄져 81년의 생맥주 출고량은 전년비 9백83% 늘어나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베어즈의 성공은 첫한해에만 반짝했을 뿐 영세한 점포들의 난립과 제조업체의 사후 관리 부재로 맥주의 대중화가 지나쳐「저질화」로 떨어져버렸고 결국 85년부터는 내리 3년간 생맥주 소비가 연간12∼20%씩 줄어들었다.
생맥주는 유통과 보관이 생명인데 쉽게 말해 주전자에 따라 두었다가 파는 미지근하고 거품없는 생맥주가 아예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에 두산그룹의 동양맥주는 실무진을 맥주 본산지인 독일에 보내 연수를 시킨 끝에 독일풍이 가미된 생맥주 전문업소「OB호프」를 지난86년11월 서울동숭동에 차렸다.
지금은 직영이 아니지만 처음에는 품질관리와 저가유지·이미지 구축등을 위해 직접 큰 자본을 들여 직영체제로 출발, 의도대로 성공했고 생맥주 수요를 다시 일으킨 것은 물론 값싼 전문주점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현재 동양맥주의 영업지도를 직접 받는 업소만도 3백40개(서울 l백70개·지방 1백70개)에 달하고 있다.
OB호프의 성공을 등에 업고 동양맥주가 지난해 9월부터 개점, 현재 7개의 점포를 갖고 있는 「뉴시디」도 대학생등 20대 초반의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청주를 전문으로 파는 술집들도 여럿 생겨났는데 점포를 주택가 근처에 위치하게 한다는 전략이 주효, 음주운전 단속속에 꽤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88년부터 시작해 현재13호점까지 가맹점을 갖고 있는 「백화주막」은 실내 장식도 고풍스럽게 꾸미고 전·튀김·꼬치·구이등 2천∼5천5백원의 값싼 안주를 팔아 나이많은 사람 들은 물론 청년층으로부터도 인기가 높다.
백화주막과 비슷한 형태로 영업을 하고 있는 업소는 「투다리」「꼬치마당」등 이른바 꼬치 전문업소.
현재 전국에는 줄잡아 1천4백여개의 꼬치 전문업소가 영업을 하고 있는데 목좋은곳에 자리잡은 업소의 경우 하루에 70만∼1백만원의 외형을 올리고 있다.
이들 업소 역시 「값이 비싸고 명절때만 먹는 술, 젊은 사람보다는 어른들이 즐기는 술, 회를 안주로 해서 먹는 일본술』로만 여겨지던 청주의 이미지를 바꿔놓는데 성공한 마키팅의 첨병들이다.
실제로 청주의 소비도 89년이후 매년 20%가량 늘어나는 추세에 있는데 「청하」의 경언80% 가까운 판매 신장률을 보여 사실상 청하가 청주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정 술을 말지는 않지만 자신이 만들어내는 참치등 전문 식품을 팔아 사실상의 주류전문점 역할을 하는 곳도 적잖다. 동원참치·동신참치·사조로하이참치·유진참치 전문점들이 바로 그곳이다.
이들 업소는 참치업체들이 참치를 공급하고 실제 영업은 개인이 하고 있다.
지금까지 주류전문점으로서 비교적 성공한 업체들은 하나같이 특정 주류나 식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매장의 분위기도 독특하게 살렸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수 있다.
이같은 전문화에 실패한 진노의 헬로우 두꺼비(유럽식레스토랑)와 대선주조의 드파리(와인전문점)는 영업에 성공을 못하고 점포를 남에게 넘기거나 문을 닫고 말았다.
헬로우 두꺼비나 드파리의 경우 체인망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던 점이 전문화에 실패한 요인이 되고 있으나 가장 큰 요인은 주류전문점으로서의 기능보다 식당의 기능쪽에 기우는등 어정쩡한 영업을 해왔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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