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에 출판 등록을 끝내고 1년 뒤에 나온 첫 책 역시 경제.경영서였다. 다니엘 이흐비아가 쓴 '마이크로소프트와 빌 게이츠'가 그것. 지금이야 흔한 표현이 되었지만 그 때만 해도 생소했던 정보기술(IT)로 일찍 눈을 돌린 결과였다. 경제.경영 분야를 택한 배경에는 출판사 설립자인 주명건 세종대학 이사장의 의지가 버티고 있다. 워낙 출판문화에 관심이 컸던 주 이사장은 세계 석학들의 명저를 통해 국내에 경제.경영의 새로운 트렌드를 소개하여 기업들에 21세기 경영모델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품었다. IT가 세종서적의 그물에 걸린 첫 트렌드였다.
당시 외국 자료를 검색해본 결과 빌 게이츠에 관한 기사가 단연 1위였다고 한다. 컴퓨터 황제, 미국 최고의 갑부, 지독한 일벌레, 하버드 대학 중퇴 등등. 그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기사가 되던 시절이었다. 빌 게이츠는 프로그래머로서 천재였을 뿐 아니라 경영의 귀재이기도 했다.
그에 관한 책이 없을까 하고 가상공간을 돌아다니는 출판사 직원의 눈에 'The Making of Microsoft' 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시애틀의 한 초라한 회사를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초일류기업 마이크로소프트로 키워낸 빌 게이츠의 창업기이자 마이크로소프트의 역사서, 컴퓨터의 역사서였다. 이 정도 책이라면 데뷔작으로 손색이 없다는 판단이 섰다고 한다. 그래서 서둘러 외국 출판사와 계약을 했으며, 출판등록 1년 만인 93년 4월에 '마이크로소프트와 빌 게이츠'라는 제목으로 선보였다. 이때 실무 책임을 맡았던 이가 바로 현재 사장을 맡고 있는 이명식(53.사진)씨다.
그런데 기획이 출판시장을 너무 앞지른 것일까. 판매가 1만여부에 그쳤다.
책이 출간되고 이듬해 12월에 빌 게이츠가 한국을 방문했다. 점점 커지고 있던 한국의 컴퓨터 시장에서 한국인들에게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빌 게이츠는 각계 관계자들과의 면담, 기자간담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 등으로 무척 바쁜 일정을 보냈다. 그때 세종서적 직원은 '마이크로소프트와… '를 들고 그의 강연장을 돌았다. 이 사장은 "돌이켜 보면 참 소박한 마케팅이었다"고 말했다.
세종서적이 IT에 쏟은 정성은 99년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빛을 보았다. 어딜 가나 IT였다. 세종서적은 신바람 나서 에번 슈워츠의 '웹경제학'과 '디지털 다윈이즘', 프랜시스 케언크로스의 '거리의 소멸 n 디지털 혁명' 등을 번역 소개했다.
요즘은 어지간한 출판사면 다 경제.경영 분야의 책에 손을 대고 있다. 그래서 세종서적은 문학이나 인문 분야에서 의미 있는 책을 더 많이 발굴할 계획이다.
정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