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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공 뒤흔든 「정­경­관 유착」/수서사건(추적 ’91: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비자금의혹 끝내 못밝혀/파산몰린 한보재기 진땀
신미년이 저문다. 연초부터 유난히 사건·사고가 잇따랐던 한해였다. 민주화를 향한 큰 물결속에서 시민의식이 높아지면서 곳곳에서 갈등도 많았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온 국민들의 시선을 모았던 현장과 그 주인공들을 다시 찾아가본다.<편집자주>
언 땅이 채 녹기도 전에 나라전체를 뒤흔들고 결국은 국민모두의 가슴을 실망감으로 구멍뚫리게 만들었던 「수서사건」.
아파트 특혜분양을 둘러싼 「정·경·관」유착으로 밝혀지면서 관련장관·시장의 사임,검찰수사 착수,국회의원의 무더기구속사태로 이어지던 수서의 기세는 우리사회의 환부를 완전히 도려내는듯 했다.
그러나 10개월이 지난 지금 특혜분양 압력의 실체와 한보의 비자금의혹은 끝내 벗겨지지 않은채 한창 진행중인 수서아파트공사장의 불도저아래로 파묻히고 있다.
수서사건으로 구속된 9명중 정태수 회장(68)을 비롯한 모두 6명이 7월 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그중 김태식 의원(51·민주)은 6일 끝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신병악화로 형집행정지 결정이 난 이태섭 의원(52·민자)을 제외하면 현재 장병조 전청와대비서관(53)과 이원배 의원(59·민주)2명만 수감돼 있는 상태.
김동주 의원(47·민자)은 출감직후 거주지를 아예 자신의 선거구인 경남 양산으로 옮겨 『지역구를 8번이나 완전히 돌았다』고 스스로 밝힐 정도로 주민들에게 「명예회복」을 호소하고 있지만 집행유예 4년이란 항소심 형량이 확정될 경우 14대출마는 불가능한 실정.
수서여파로 국회에 「의원윤리위원회」가 설치되는등 표면적으로나마 도덕성이 강조되는 분위기여서 관련의원들의 재기여부는 미지수. 다만 김태식 의원은 항소심의 무죄선고로 어깨가 훨씬 가벼워졌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한양대병원에 입원중인 이태섭 의원은 「자살까지 우려되는 심한 조울증세」라는 진단이 내려져 병실창문엔 철책까지 쳐져있으며 최근 방문자들은 『이의원이 기초적인 대화까지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전하고 있다.
사건당시 전·현직시장간에 책임전가 해프닝까지 벌였던 고건·박세직 전시장은 공교롭게도 똑같이 대학로입구 여전도회관건물내에 개인사무실을 마련,가끔 마주칠때마다 가벼운 인사를 나누는 정도.
고 전시장이 바둑·독서등으로 조용하게 소일하는 반면 박 전시장은 올림픽 관련서적의 출판,미남가주대에서 박사학위(교육학)취득등 특유의 정력적인 활동을 하며 고향인 구미에서 출마설도 나돌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수서특혜분양의 반대입장을 고수하다 교체압력까지 받았던 김학재 당시 도시계획국장은 시지하철 건설본부로 되돌아갔다.
수서주택조합의 무자격자 색출을 위해 고 전시장의 지시로 처음 실시됐던 컴퓨터조회는 그후 완전정착돼 이제는 전국적인 조사가 가능해졌다. 이와 함께 3월23일부터는 ▲조합주택건립시 국민주택규모 50%이상 의무건설 ▲주택건설사업자 소유부지의 조합아파트 설립불허등 주택조합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 땅값하락세와 더불어 주택조합의 열기를 식히게 됐다.
한편 최대수혜자에서 최대피해자로 전락해 버렸던 26개 연합직장주택조합(총 3천3백60가구)은 한보와의 씨름끝에 6월 당초계약금(가구당 1천만원)과 연 15%의 이자만을 받은뒤 해산돼 이중 노량진에 새로 부지를 마련한 한일은행조합등 20개 조합이 자구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며 매일경제 신문등 6개조합은 조합자체가 아예 깨져버렸다.
사건직후 완전파산위기까지 몰렸던 한보그룹은 3월 법원으로부터 법정관리신청에 따른 재산보존명령을 받아 채무동결로 일단 숨통을 튼데다 거래은행으로부터 신규대출등 각종 특혜까지 받아 급한 불은 끈 상태.
한보의 정태수 회장은 8월 그룹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지난달에는 대한하키협회장에 재취임,여자하키가 올림픽출전권을 획득한 것을 보람으로 여기며 재기를 다짐하고 있다.<이효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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