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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청산과정서 대혼란 예고/소 독립국가 공동체 결성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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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영토·무기분쟁등 「시한폭탄」 안고 분열 계속/고르비 정치생명 “끝”… 곧 사임/12개국 이상 새국가 출현가능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시 등 3개 슬라브족 공화국이 8일 전격적으로 독립국가 공동체를 구성했다고 발표한 것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신연방조약 체결노력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소 연방 중앙정부의 종언을 불러올 수 있는 사건이다.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우크라이나의 레오니트 크라프추크,벨라루시의 슈슈케비치 등 3개 공화국 지도자들이 공동성명에서 『더이상 소련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듯 이제 소련이란 나라는 사실상 지도상에서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가 됐으며 국제정치·경제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새로운 12개 이상의 유럽국가들이 출현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연방조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사임하겠다고 위협했던 고르바초프 연방대통령은 「더이상 통치할 연방」이 없어지게 됨으로써 조만간 사임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과거 연방정부가 관할하던 모든 분야의 정리와 연방기구,관료 등의 해체와 사임,해임 등이 잇따라 이루어지게될 것이다.
한마디로 그나마 잔존하던 구 소연방제국이 모두 무너지고 새로운 독립국가공동체 구성작업이 숨가쁘게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구연방의 해체작업 속도만큼 새로운 공동체의 창설작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질지는 의문이다.
비록 3개 슬라브족 공화국들이 독립국가공동체 구성에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이들이 합의한 원칙이 나머지 공화국들을 끌어들일 만한 보편성을 확보하고 있는지는 아직까지 확실치가 않다.
또한 연방의 해체 정리,정산작업 과정에서 이해의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원활한 합의에 이를 가능성보다 훨씬 높다.
당장 영토문제로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양 공화국은 차치하고라도 소련연방에 반 강제적으로 편입되었던 많은 자치공화국 소수공화국들이 이 기회를 이용,저마다 주권확보독립 쟁취의 목소리를 높일 것이 확실하다.
또한 루마니아등 주변 국가들과도 국경선등을 놓고 끊임없는 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이 확실하다. 여기다 연방군의 해체 및 정리문제,구동유럽주둔군의 철수문제,핵무기 관할문제 등 군과 연관된 문제도 어느 것 하나 쉽게 타결될 성질이 아니어서 소련의 해체작업은 계속 세계의 관심과 걱정을 끌면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충격적인 작업들이 모두 일시적으로 한꺼번에 이루어지게돼 사회적 긴장을 높일 것이며 실업·인플레·생필품 부족 등의 사태와 겹쳐지면서 새로운 모험주의적 세력의 쿠데타와 민중봉기를 초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크라이나공화국의 독립선언후 가속화된 사회적 무력감과 공화국간 이기주의는 또한 민족분규 및 각 공화국내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인권유린 등을 초래할 것이며 이 과정의 충돌과 긴장은 사회불만세력과 군부 등에 좋은 명분을 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앞으로 소 연방의 해체·청산작업과 독립국가공동체의 결성확대 과정에서 어떤일이 일어날지 예측불허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독립국가공동체는 현재 명확한 성격이 파악되고 있지 않으나 크라프추크의 말에 의하면 『구 소연방공화국간의 보완적 경제관계를 2국간 혹은 3국간 협정으로 유지·발전시키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회원국 확대·핵 비확산 보장/3개 공화국 독립국가 협정<전문>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시(구백러시아) 등 소련의 3개 공화국 지도자들이 8일 합의,서명한 독립국가공동체협정 전문은 다음과 같다.
우리,즉 벨라루시·러시아·우크라이나의 국가수반은 신연방조약체결논의가 사실상 실패로 끝났으며 이미 전소연방구성 공화국들의 분리독립 움직임과 독립국가 구성작업이 완료됐다고 인식한다.
우리는 중앙정부의 근시안적인 정책이 경제·정치적 위기와 연방경제체제의 부조화를 심화시켜 모든 부문의 국민생활수준을 참담한 상태로 떨어뜨렸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우리는 민족분규를 초래하고 수많은 사상자를 낸 여러지역의 사회적 긴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국민과 세계공동체에 대한 책임과 정치·경제개혁의 실질적 실행에 대한 필요성이 점증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이에 따라 우리는 주권국가공동체를 형성하기로 했음을 선언하고 그 협정에 서명했다.
이 주권국가 공동체는 우선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시로 구성되지만 이 협정의 취지와 원칙에 동의하는 전소연방구성공화국과 그 밖의 다른 나라도 가입할 수 있다.
이 공동체의 회원국가는 세계평화와 안전을 강화할 목적으로 정책을 수행할 것이다.
이 공동체의 회원국가들은 전소연방이 체결한 모든 협약의 국제적 의무준수를 약속하며 핵무기의 단일한 통제와 핵비확산을 보장한다.
서명자:스타니슬라프 슈슈케비치 벨라루시 최고회의 의장.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 연방대통령.
레오니트 크라프추크 우크라이나대통령.
1991년 12월8일.<모스크바 ap·연합="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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