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안정효씨 '인생 낚시론' 책 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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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마흔살 생일 때 결심했어요. 토.일요일은 무조건 쉰다고. 인생을 80으로 봐도 절반 밖에 안 남았는데 다 쓰지도 못할 돈을 벌기만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생각했죠."

소설가 안정효(66.사진)씨는 소문난 낚시광이다. 그는 40살이 넘어 '혼자 놀 기 가장 좋은 취미'로 낚시를 골랐다. 안씨는 "주말엔 숙제하듯 무조건 낚시를 갔더니 삶이 훨씬 풍요로워졌다"고 말했다.

그런 안씨가 20여년 낚시를 통해 깨달은 인생의 지혜를 풀어낸 에세이집'인생4계'.(황금시간)을 냈다. 그는 이미 '미늘'(1991), '미늘의 끝'(2001) 등 낚시를 소재로 한 소설을 내놓았던 '꾼'이다.

그는 낚시 장소로 20년째 강화 석모도를 고집하고 있다. 처음엔 고기가 많은 곳을 찾아 돌아다녔다. 하지만 '많이 잡는 게 최고'였던 초보 시절이 지나자 돌아 다닐 이유가 없어졌다고 했다.

안씨는 "낚시나 인생이나 욕심을 안 부려야 더욱 재미있다"고 주장한다. 안 잡아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마리만 잡아도 즐겁고, 잡는 마릿 수 만큼 즐거움이 늘어가는 '덧셈 행복'을 누린다는 것. 하지만 몇 마리는 잡아야겠다고 목표를 세우면 그 목표를 채울 때까지 모자라는 숫자를 계산하는 '뺄셈'만 계속하게 된다는 것이다.

'잔챙이 행복론'도 그가 낚시에서 건져 올린 철학이다. 아무리 작은 고기를 만나더라도 찌의 움직임과 챔질과 손맛의 기쁨은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우리 삶의 원동력은 한두 번 뿐인 커다란 '월척 행복'이 아니라 계속해서 힘을 북돋워 주는 '잔챙이 기쁨'"이라고 설명한다.

그에게 낚시는 휴식이자 재생산의 원천이다. "낚시는 명상할 시간이 많아서 좋아요. 기다리는 시간에 지난 삶을 하나 둘 돌이켜 보고, 작품 구상도 많이 하지요."

그는 현대인의 지나친 분주함을 경계한다. 해야 할 일이건 아니건, 눈앞에 닥치는 일이라면 무작정 해야 한다는 지나친 의무감은 분별력이 모자라서 생기는 강박 관념일뿐이란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적극적으로 거부하고, 이렇게 벌어들인 '아무 일도 안 하는 시간'에 진정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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