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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대입시부정 폭로 실화소설 나온다|『음악저널』서 수일내로 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올봄부터 탁계석·문일근·김규현·박경우씨등 소강파음악평론가들이 취재·수집한 사례와 자료들을 토대로 완성된 이 소설제목은 『입시공화국-음악 마피아의 가면무도회』.
차마 믿기 어려운 이 엄청난 사실들을 2백자 원고지 1천3백20장 분량으로 소설화한 월간 음악전문지 『음악저널』발행인 이남진씨(46)는 음악관계자들의 만류와 노골적인 위협을 무릎쓰면서도 출판을 결심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올해초 음대입시부정사건이 터지자 대부분의 음악인들이 드디어 올것이 왔다며 앞으로는 절대로 그런 일이 되풀이되선 안된다더니, 불과 몇달 사이에 「운이 나빠서 걸려든것」이라는 분위기로 변하더군요. 철저한 반성과 질책 없이는 우리 음악계가 도저히 거듭날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확실한 기록을 남기기로 결심했습니다. 음악잡지 기자등으로 20여년간 음악계에 몸담아온 까닭에 우리 음악계의 뿌리깊은 부조리와 문제점들을 훤히 아는 입장에서 이런 위기를 모른척하고 넘겨버린다는게 너무 꺼림칙했거든요.』 이씨가 『소설적 구성때문에 불가피한 일부분을 뺀 70%가 실제 사실』이라고 밝힌 이 소설의 주인공은 성악전공의 한 대학 음악과 학과장 J교수. 그는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든 음대입시부정사건과 소문의 주범이지만 검사인 친구의 도움으로 용케 법망을 피하는데 신문기자들의 끈질긴 추적으로 결국 교수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러나 그는 그간의 잘못을 뉘우치는 뜻에서 후배 음악도들을 위한 장학회 설립기금 1억원을 기증한 뒤 오페라공연에 몰두, 성악가 본연의 모습을 찾는다.
「입시 부정의 원조들은 털끝도 다치지 않은채 여전히 행세하는 막된 현실」을 개탄하며 『진정 양심있는 음악인이라면 터무니없는 레슨비니, 입시 심사 사례비 등으로 모은 엄청난 재산의 일부라도 후배 음악도들을 위해 써야한다』던 일부 뜻있는 음악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문학성보다 음대입시부정을 둘러싼 갖가지 속임수와 뒷거래 등의 소재에 더욱 주목하게 되는 이 소실에 의하면 그동안 「지나치게 과장된 소문」이라고 여기고 싶을 만큼 엄청난 일들이 거의 모두「명백한 사실」로 인정할 수밖에 없을만큼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예컨대 입시나 콩쿠르에 영향력있는 음대교수가 20∼30분 레슨에 약20만원으로 제자가 많은 경우 매달 약2천만원. 「입시대목」에는 1억∼2억원, 제자의 악기 구입때 소개비가 연 1억원쯤 되므로 세금 한푼 내지 않는 연간소득만 해도 5억원에 이른다.
소설속에서 이들은 예·체능계 입시를 둘러싼 소문과 투서사건등이 잠잠해질 때까지 해외로 나가 즐기다 돌아와 3월이후 더 큰 집으로 이사가고 오피스텔·상가·임야를 구입하는 등으로 솜씨 좋게 재산을 증식시킨다.
2중 국적을 가진 음대교수들은 「퇴로가 든든해서」더욱 거침없이 부정에 개입한다. 중요한 계파를 이끄는 거물급 원로가 연루된 투서 및 비리 고발사건이 생기면 정·재계에서 힘쓰는 학부형들이「자녀의 음악인생을 좌지우지할 스승」을 해외로 도피시킨뒤 사건을 적당히 무마시킨다.
학부모들은 무슨 수를 쓰든 자녀가 예술 중·고교에서 좋은 실기점수 받고, 콩쿠르에 입상하고, 음대에 합격하게 만들어줘야 유능한 레슨교수라고 굳게 믿는다.
비리를 저지른 주인공은 『자식같은 제자를 도와줘야 한다는 일념에서 동료음악인들에게 부탁하다보니 적지 않은 사례비가 오갔을 뿐 나쁜 의도는 없었다』고 말한다.
소설속에서 음악계 비리의 내부나 원조로 불리는 음악인들이 자신에게는 특별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양심마비 상태에서 경쟁적으로 재산을 긁어모아 수십억대 부자가 된다는 묘사는 매우 충격적이다.
『물론 음악인 모두가 그렇다는건 아닙니다. 그러나 해외유학에서 돌아올 당시는 정말 「음악」만 생각하던 음악인들까지 2∼3년내에 금세 동화돼버려 어느새 양심의 가책과 멀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니 정말 큰일이지요.』 이씨는 이번 작업에 참여한 음악평론가들이 앞으로 음대강사직을 둘러싸고 벌이는 부정부패를 다룬 소설을 내는 일도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김오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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