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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공 도움없으면 곤경(무너지는 소련: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우크라이나 앞날 험준/석유·가스·전기 대부분 의존/핵등 군사문제 원만한 매듭도 숙제
1일 우크라이나 독립결정과 함께 이제 소 연방은 돌이킬 수 없는 해체의 길로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독립 우크라이나의 장래,생존을 위한 소연방의 몸부림,이에 따른 공화국간 갈등 등을 3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편집자주>
우크라이나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모스크바의 많은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완전독립이 장기적으로 보다 나은 생활을 보장할지 모르지만 당장은 경제 및 국민생활의 일시적인 침체,주변 국가들과의 국경분쟁,우크라이나 영토내에 거주하는 러시아인등 소수민족 문제등 앞으로 숱한 난관을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러시아공화국과는 러시아가 지난 54년 우크라이나에 할양해준 크림반도 문제가 제일 먼저 표면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지역은 러시아인들의 집단거주지역이기도해 앞으로 물리적 충돌의 소지마저 없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루마니아와는 베사라비야지역과 북루코비아지역을 놓고 분쟁을 겪게될 것이며,폴란드와 서부 우크라이나 지역을 둘러싸고 영토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당장 닥칠 문제는 우크라이나가 과연 러시아의 도움없이도 경제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다.
우크라이나가 소련의 공업생산 및 농업생산의 20%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소연방 공화국들중 자립할 여건을 갖춘 유일한 공화국으로 분류되고 있으나 석유 및 천연가스 대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어 쉽게 단정짓기 어렵다.
산업활동에 필수불가결한 전력의 경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도움을 받지않는다면 상당한 곤경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크라이나 정부는 총전력생산의 25%를 차지하는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할 방침이어서 잘못하면 석유·천연가스·전력등 총체적인 에너지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또 우크라이나가 자랑하는 농업의 경우도 현재 농촌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데다 출생률도 러시아인들의 집단거주지역인 크림반도를 제외하고는 계속 하락하는 추세여서 그 전망이 반드시 밝은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밝게해주는 강점들도 많다.
우선 잉여농산물과 석탄 등을 서방으로 수출해 생긴 여유를 전략산업에 중점투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 거주하는 수백만 우크라이나인들의 국내송금과 투자 증가,이민 우크라이나인 영향력이 강한 캐나다등 서방국가의 기술 및 자금지원등도 경제부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 소연방의 주요공업지대중 하나로 일찍부터 경제활동인구가 다른 공화국에 비해 많고 금속·기계공업,화학공업등이 골고루 발달되어 있다는 점도 우크라이나가 갖는 장점이다.
또한 서방국가에 비해 저임금·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강세인 흑해 오데사항을 중심으로한 조선공업이 군수산업의 민영화 계획과 연관돼 집중개발될 것으로 보여 우크라이나의 주요 외화가득산업이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가 핵문제를 포함,군사문제를 러시아공화국등과 어떻게 원만하게 매듭지어 나갈 것인지도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우크라이나에는 소련전술핵의 3분의 1,전략미사일 1백76개가 배치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공화국은 소 연방의 계승자임을 내세워,또 핵확산을 바라지않는 미국등 서유럽의 지원을 등에 업고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핵무기의 완전이양을 요구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핵확산금지의 명분에는 순응하면서 핵무기의 이양이 아닌 폐기를 요구하며 시간을 끌고 있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남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일원으로 과거 소 연방 시절보다 훨씬 향상된 자유와 인권,경제적인 풍요를 누리기위해 독립을 선택했다.
그러나 그 선택의 옳고 그름은 앞으로 우크라이나인들이 보여줄 의지와 노력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모스크바 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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