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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전대상작품「표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올해 제10회 대한민국 미술대전의 양화부문대상 수상작 『또다른 꿈』(조원강·32)이 외국작가의 누드사진작품을 「표절한 것이다」「아니다」를 놓고 미술계가 뜨거운 논란을 벌이고 있다. 이들 논란의 주요 초점은 작가의 창의성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작가자신을 포함한 미술계민사들은 『현대미술경향에서 기존의 작품과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은 통용되어온 표현기법』이라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차용·제작과정에서 작가의 창의성·자기화문제에서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 이번 사건은 표절문제를 넘어 치열한 작가정신보다는 기법에만 치중하는 젊은 작가들의 해외모방풍조, 미술대전운영, 심사위원회의 편파성등 미술계의 근본적인 문제점까지 드러내고 있다. 수상작의 표절여부에 대한 작가와 심사위원회를 대표한 오광수씨, 그리고 평론가·화가들의 주장·견해를 정리해본다. 【편집자주】 작가·심사위원·평론가들 주자
▲임영방씨(서울대교수·미학)=작품이 작품으로 성립되려면 무엇보다 그 작품만이 갖는 메시지가 있어야한다. 흔히 얘기하듯 주체가 뚜렷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품의 메시지를 이루는 일차적인 요소는 작가의 번안, 즉 창조적 구상이며 이 아이디어가 곧바로 작품의 성패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가 된 조씨의 작품은 다른 사람의 사진작품에서 내용과 형식에 걸친 아이디어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라는 점에서 창의성이 배제된 명백한 표절이라고 생각한다.
▲유홍제씨(영남대교수·미술평론가)=심사위원들이 심사과정에서 수상작이 남의 사진을 도용했는지를 확인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것은 작가적 양심문제다.
그러나 수상작이 사진작품의 구도와 발상을 완전히 베낀 사실이 밝혀진 이상 표절시비를 떠나서도 심사내용을 재고했어야 한다. 더욱이 공모전 출품작이 아닌가.
현대 미술에서 사진·이미지의 전용 자체는 표절과 동일시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다른 이미지로의 전환동기가 있어야 예술성을 갖는다.
그러나 수상작에는 사진작품이 원용되었을뿐 이미지의 전환이 없다. 그래서 표절 또는 이미지의 도용이 되는 것이다.
▲민병능씨(심사위원장·서양화가)=예술은 자기실존에 바탕을 두어야한다. 남의 글을 조금씩 따다가 쓰면 자기 글이 될수 있겠는가. 미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사진을 이용한 뒤에 나타나는 작가의 창의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공개된 누드사진집을 보고 표절이라고 생각했다. 심사과정에서도 이 때문에 『표절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에 반대했다.
▲작가 조원강씨=제작과정에서 문제의 누드사진작품을 오브제로 사용했음을 인정한다. 수상직후 인터뷰에서 소재적 영감을 사진의 기법과 효과에서 찾았다고 분명히 언급했다.
원작의 형태를 차용하키는 했지만 그대로 복사한 것은 아니다. 기존의 기법에 10년이상 사진작업을 하며 체험한 나의 새로운 기법을 동시에 사용한 실험적 작품이나. 나의 작업과 동일선상에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궤를 같이 하는 현대작가들은 앤디 워훌로버트 라우센버그·마르셀 뒤상등 외국 거장들과 김와유(9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상수상 수상)·조덕현 (동아미술상 수상)씨등의 작가군을 들 수 있다.
현대미술의 시류에서 크게 벗어난 형상의 동일성이나 오브제의 차에서 빚어진 오해등으로 표절로 단정하는 것은 전근대적 발상이다.
▲오광수씨(미술평론가·심사위원)=기존의 작품이나 이미지를 차용하는 경우 그것이 갖는 본래의 속성·의도·표현성을 바꾸어 놓았을 때 벗어날 수 있다.
마르셀 뒤상은 유명한 『모나리자』복제판에다 수염을 슬쩍 그려넣음으로써 전혀 엉뚱한 의도의 작품을 만들어 놓았다.
또 60년대의 팝 아트작가들은 기존의 사진작품이나 광고의 이미지를 즐겨 차용했으나 표절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번 수상작도 기존의 사진작품을 회화로 치환하면서 사진작품이 갖고 있던 본래의 의도와 표현성과는 전혀 다른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이 회화로의 치환과정에서 여러가지 회화적 뉘앙스와 방법론이 작용했다.
그렇기 때문에 설령 수상전에 두 누드사진작품을 차용한 사실이 알려졌어도 수상하는데 영향받지 않았을 것이며 수상작은 그 창의성에서 공감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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