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원 이하 아파트 청약 몰리고 5000만원 낮춘 재건축 급매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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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충격파로 서울 강남의 은마아파트 등 값비싼 재건축 아파트 급매물이 눈에 띄게 늘었다. 호가도 최고가 대비 2000만~5000만원 낮아졌다. [사진=강정현 기자]

아파트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종합부동산세 충격파가 서서히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조짐이다. 서울의 일부 고가 재건축 단지에서 매도 호가를 시세보다 4000만~5000만원 낮춘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종부세 등 세금 부담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면서 이런 현상이 다른 재건축 단지나 종부세 대상인 고가 아파트로 확산될 것인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분양시장에서도 6억원 이하의 중저가 아파트에만 청약자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종부세 부담과 9월 시행 예정인 분양가 상한제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초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 34평형의 평균 시세는 12억5000만원이었다. 그러나 공시가격이 발표(14일)된 이후인 17일에는 5000만원이 싼 12억원짜리 매물이 나왔다. 15억2000만원이던 36평형도 4000만원이 내렸다. 매물도 늘고 있다. 평소 이 아파트 단지에서 팔려고 내놨던 매물은 10개 안팎이었지만 17일에는 3배 가까운 28개로 늘어났다.

강남구 개포 주공 1단지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아파트 15평형의 경우 9억원에 나왔던 매물이 공시가격 발표 후엔 호가가 1000만원이 떨어졌고, 13억원이었던 17평형도 호가가 2000만원 떨어졌다.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다주택 보유자보다는 투자 이익을 겨냥해 다소 무리하게 집을 구입한 1주택 보유자들이 보유세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분양시장에선 종부세 부담이 없는 6억원 이하 주택에만 청약자들이 몰리고 있다. 삼성건설이 15일 청약 마감한 서울 성북구 석관동 석관래미안은 평형별로 2~1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월드건설의 경기도 파주 교하지구 아파트에도 모집 가구 수의 3배가 넘게 청약했다. 모두 분양가가 6억원 이하였다. 반면 서울 평창동 롯데캐슬 등 고가 분양 아파트는 3순위에서도 청약자를 찾지 못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스피드뱅크의 박원갑 소장은 "재건축 아파트에서 매물이 늘면 다른 고가 아파트의 가격도 일부 끌어내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세 부담 회피용 매물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은 별로 커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김준현·안장원 기자takeital@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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