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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눈치보기” 예산안 줄다리기/시한몰린 막바지 예산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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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외수입 축소·세수추계 조정 모두 편법/당정간에도 불협화음 빚어져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처리시한(12월2일)에 몰린 여야가 세출항목 조정을 싸고 막판 줄다리기를 거듭하고 있다.
날치기 파동에 따른 여론의 집중타를 맞은 여야는 자칫하면 함께 욕먹는다는 공감대속에 예산안 처리방식에 부심하고 있어 합의 처리여부가 주목된다.
○…국회 재무위의 세법개정안 날치기 통과로 국민 세부담이 원천적으로 확정된 상태에서 새해 예산안 조정작업에 들어간 예결위(위원장 김용태)는 법정 처리시한인 2일 오전까지도 막바지 절충을 벌였다.
이번 예산안 조정작업은 ▲「선세수 확정 후예산안 조정」이라는 유례없는 기형성 때문에 사실상 삭감폭 논의가 무의미하게 됐으며 ▲세출 삭감액만큼의 세입삭감을 세수외 수입이나 세수추계 재조정 등 편법으로 할 수밖에 없게된 문제점을 남기고 있다.
야당은 이에 대해 양곡관리 특별회계적 자보전 등 정부의 빚을 갚는데 쓰는 것을 전제로 추가 경정예산을 편성하면 된다고 제안하고 있으나 비상식적이긴 마찬가지.
세출항목을 삭감,조정하려는 여야와 부처예산을 지키려는 정부 사이에는 늦게까지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여야는 일요일에도 열기로했던 예결위 계수조정 소위를 가동시키지 않은채 두차례에 걸친 김종호 민자·김정길 민주 양당총무 접촉과 각당 대책회의로 절충점 마련을 위한 숨가쁜 줄다리기를 벌였으나 결국 실패.
여야는 세법 개정문제에 대해선 팽팽히 맞섰으나 세출부문 순삭감 액수에 대해선 서서히 「합의점」을 조이는 양상.
민자당은 지난달 29일 이전까지만 해도 1천억원선을 고수했으나 29일 밤부터 1일밤 사이에 「1천4백50억원→2천억원→2천억원+a→2천5백억원+a」로,민주당은 당초 1조6천억원에서 「8천5백억원→5천억원→3천5백억원→3천3백억원」으로 각각 상향과 하향조정을 해서 접합점을 찾는 노력을 계속.
그러나 2천억원이 넘는 것 자체에 대해 최각규 부총리는 크게 당황하고 있고 여당측도 『「3자」(3천억원 이상)는 있을 수 없다』고 완강히 버텨 2천8백억∼2천9백억원선에서 타협점을 찾을 전망.
총무회담에서 김민자총무는 『세법개정을 통한 세입규모 삭감은 협상여지가 전혀 없다』고 분명히 밝혔고 회담후 김민주총무 역시 『우리당은 세법개정을 통한 세입삭감에 주력했으나 세법 개정전망은 매우 어둡다』고 실토해 세법개정은 물건너갔다.
순삭감 규모가 확정되지 못함에 따라 「항목조정」도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데 여야 모두 지역 사업항목을 계수조정 소위에 올려놓고도 이를 논의치 못하는 등 속앓이.
특히 민주당은 총선·대선을 겨냥한 이미지 개선과 여당측의 선심예산 낭비를 막기위해 김대중 대표가 『항목조정에는 일체 응하지말라』고 엄명해 소속 소위위원들은 주머니속의 수북한 「민원메모지」를 꺼내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여야 서로 「한건」챙기기 위해 상호간 또는 정부측과 속흥정.
1일 양당총무가 접촉하는 가운데 민자당은 당3역,예결위원장,부총리,재무장관 등이 시내 호텔신라와 국회를 부단히 오가며 대책을 숙의했고 민주당도 「당3역+김봉호 예결위간사」가 밀담을 나눠 여야간 거래항목이 궁금.
이날 밤11시쯤 예결위원들이 흩어진 뒤에도 김용태 위원장과 여야간사가 심야회동을 갖고 양당총무도 계속 전화접촉을 통해 상대방 의중을 탐색했는데 결국 2일 김민자총무의 청와대 재가가 관건.
○…여야사이에 세출 삭감폭이 합의된다 하더라도 세입부분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가 여전히 문제.
예결위 관계자는 1일 『1조2백억원 규모의 세수외 수입을 깎는 방법이 있을 수 있으나 세부담 경감 없이 이같은 편법을 사용하는 일은 의정사상 초유』라고 개탄.
내년도 추정세외 수입은 ▲정부 보유재산 매각 1천2백억원 ▲벌금·몰수금 4천억원 ▲국공립학교 수업료 1천억원 ▲공항·항만사용료 2천억원 ▲차관운용수입 등 기타로 구성됐는데 손을 댈 수 있는 것은 정부 재산매각과 벌금·몰수금 부분.
또 다른 방법으로 기획원·재무부가 잡은 세수추계를 하향조정 하는 방법도 검토되고 있다. 민자당측은 『균형예산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있으나 한국은행 등이 수 많은 돈과 인력을 들여 계산해 놓은 통계치를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억지조정 하는 기막힌 사태가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민자당 사이의 불협화가 빚어져 김종호 총무와 김용태 위원장이 민주당측의 세법 재개정 주장을 무마하기 위해 삭감액을 2천5백억원선까지 양보하자 최부총리는 『도대체 어디까지 갈거냐』며 거세게 반발했다는 후문.<전영기·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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