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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표절 언제까지…/이창우 문화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정교한 모방보다 서투른 창작이 귀중합니다.』
지난 81년 제30회 국전 건축부문 대상 수상작이었던 박홍씨(당시 44세·중앙대교수)의 『아키토피아』가 일본대학생의 졸업작품을 표절한 사실이 3년후에 밝혀지자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송민구씨가 내뱉은 말이다.
예술의 세계는 무엇보다 창의성을 생명으로 한다. 그러나 이같은 「생명」을 스스로 짓밟는 표절의 악순환은 아직도 그치지 않고 있다.
남의 것을 마치 자기것처럼 발표하는 표절행위야말로 남의 물건을 훔쳐 자기 것으로 만드는 도둑질과 다름없다.
올해 대한민국미술대전의 서양화부문 대상수상작이 외국 사진작가의 누드사진작품을 교묘히 표절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짐으로써 미술계의 고질병은 또다시 도지고 말았다.
하긴 미술공모전에서 표절시비가 인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공모전 수상작이 발표되고나면 으레 연례행사처럼 말썽이 일었다.
국전 30년·미술대전 10년등 국내의 대표적 미술공모전 40년사상 사진작품의 표절시비가 처음 벌어진 것은 지난 70년 제19회 국전때였다.
당시 대통령상 수상작인 김형근씨의 『과녁』이 65년 국전 사진부문입선작인 정규봉씨의 『관혁』을 표절했다는 시비가 일었으나 『반드시 아이디어의 차용이라고 할 수 없고 우연의 일치도 있을 수 있다』는 심사위원들의 모호한 평가로 그대로 넘어갔다.
또 75년 제24회 국전때는 조각부문 문공부장관상을 받은 김혜원씨의 작품 『바다로 향한 꿈』이 일본 후지컬러 광고사진에 나온 모델의 포즈와 거의 똑같아 구설수에 올랐었다.
그러나 작가가 『이미지는 그 사진에서 얻었지만 작품은 좌우대칭의 입체로 재구성했다』고 항변,수상이 인정됐다.
이에 비해 이번에 문제된 수상작은 「우연의 일치」도 아니며 「아이디어와 색채」를 다함께 「차용」한 셈이다.
최근 젊은 화가들 사이에 외국화가는 물론 국내 인기화가까지 모방하는 풍조가 만연되어 있다는 지적의 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작가 자신의 비극입니다』고 비통해하던 심사위원장 민병목씨의 말처럼 다시는 우리미술계에 이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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