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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병역기피 "공공연한 비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파문 커질 프로야구 허위진단서 사건>
『프로야구선수들이 2∼3년간의 공백기간을 거치고 예전의 기량을 발휘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10년 반짝 뛰어서 평생의 생계를 마련해야 하는 그들의 입장이 안타까울 뿐이다.』 26일 태평양 돌핀스소속 프로야구선수 6명이 병무를 기피하기 위한 허위진단서 발급사건으로 경찰에 입건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야구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병역 의무를 편법으로 피하려는 자체는 나쁘지만 입대 후에도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 같은 불미스러운 일은 계속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28일 프로축구선수들의 연골 수술이나 이번 프로야구선수들의 허위진단서 발급 사건은 88올림픽 이후 체육공로자들에게 주어지던 병역면제 혜택이 없어지면서 잇따라 발생한 것이어서 스포츠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병역기피현상은 그동안 프로야구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로 되어 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군복무로 2∼3년간 운동을 쉴 경우 선수생명이 끝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망주로 각광받았던 양세종(전 OB) 최계훈(전 삼미) 등이 현역제대 후 3년간의 공백을 메우지 못해 부진한 끝에 은퇴한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 때문에 프로야구선수들은 병역면제나 최소한 방위병 판정을 받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프로선수들은 군에 입대할 경우 현행 규정상 아마팀인 상무에 입단할 수가 없어 선수생활이 중단되고 제대 후 기량이 쇠퇴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 89년부터 각 구단은 고졸 유망주들을 무더기로 프로에 입단시켜 이들이 군입대를 해야할 3∼4년 후에는 병역문제가 프로야구 존폐문제로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사정은 아마도 마찬가지.
군에 유일한 아마팀 상무가 있으나 해마다 4∼5명의 선수만 뽑고 있어 상무에 입단하기가 프로에 입단하는 일보다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아마에도 선수들의 병역기피 요인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또 아마선수는 물론 프로선수들은 경기수가 많아 팔·다리·허리가 온전하지 못한 상태여서 많은 선수들이 병역면제를 받고 있기도 하다.
하일성 KBS해설위원은 『그동안 운동선수와 병역문제는 공공연한 비밀이 돼 왔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입대 후에도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정부차원의 근본대책을 촉구했다. <권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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