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팔린 경매부동산 「은행되사기」 늘었다/4년만에 처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40∼90건 매물쌓여/부동산 경기 침체반영/경락가 낮아 팔수록 은행손실
팔려고 내놓았던 담보부동산이 안팔려 은행측이 이를 되사들이는 유입물건이 87년이후 4년만에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은행관계자들은 최근의 부동산 경기동향을 볼때 이같은 경매부동산 유입건수는 내년부터 급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86년까지만 해도 경매부동산을 되사는 경우가 은행에 따라 1백∼2백건에 달했으나 그후 부동산경기가 살아나면서 이를 모두 처분했었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9월이후 신한은행은 6건,상업·제일은행은 각각 2건의 담보부동산을 되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업은행 관계자는 『각 은행들이 현재 법원에 경매를 신청해 놓고있는 부동산이 40∼90건에 이르고 있다』고 말하고 『부동산경기가 침체되기 시작한 지난 여름이후 1차경매에서 경락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요즘은 2∼3차례 유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경매부동산이 이같이 잘 안팔리는데다 매각되는 경우도 경락가격이 낮아 은행측은 밀린 이자는 커녕 원금마저 제대로 못 건지는 경우가 많다.
한차례 유찰될 때마다 경매부동산 값이 20%씩 떨어지는데 은행측은 경락가가 너무 싸서 이를 처분할 경우 손실이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되면 경매부동산을 되사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담보가」 대출비율 더 낮아질듯(해설)
담보부동산 처분이 금융계의 현안으로 떠오른 것은 수출등 실물경제의 부진과 부동산경기의 하강추세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불황으로 기업들의 부도나 도산이 늘면서 은행들이 채권회수에 나서는 일이 잦아졌는데 부동산경기의 침체로 담보 물건을 사겠다는 사람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매부동산을 채권은행이 안고있을 경우 가장 문제 되는 것은 그만큼 자금이 묶이게 된다는 점이다.
금리자유화시대로 접어들면서 은행들의 수신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자금이 비업무용 부동산에 묶여있게 된다면 영업에 큰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부동산경기전망이 밝으면 조금 기다렸다가 처분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으나 지금으로선 이점이 특히 불투명하다.
자금이 묶일 뿐 아니라 앞으로 부동산값이 더 떨어지면 매매손까 지 입게 돼 이중으로 피해를 보게된다.
담보부동산을 헐값에 매각해 발생한 손실은 대출취급자들의 배상 및 징계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이같은 상황으로 인해 앞으로 은행대출은 차입자의 신용도가 더욱 중시될 전망이며,현재 담보가격의 80%까지 대출되는 비율이 더욱 낮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심상복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