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혁대립·홍수로 “지각개회”/오늘 개막 중국 「8중전회」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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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체제정비·경제개혁 방향 모색/주용기등 정치국원 발탁 예상
중국 공산당 제13기 전국대표대회(전대회)를 마무리할 제8차 중앙위 전체회의가 25일 1백75명의 중앙위원 및 1백8명의 후보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북경에서 개막됐다.
이번 회의는 당초 9월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중국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 여름 홍수를 수습하기 위해 연기를 거듭해 왔다.
더구나 경제정책과 국제정책을 둘러싼 당내 개혁파와 보수파간의 의견대립을 극복,「만장일치」라는 중국공산당의 전통적인 미덕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서는 예비모임까지 필요했기 때문에 8중전회의 개최시기가 더욱 늦춰질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8중전회에서는 농업 및 국영기업체 문제를 포함하는 중국의 경제개혁방향과 정치국의 주요인사가 결정될 것으로 주목되고 있다.
중앙위원회는 4월과 9월 연2회씩 개최가 규정되어 있으나 중공당은 「안정최우선」을 이유로 지난해 하반기이후 개최를 미뤄왔다.
이같은 중앙위원회의 공백은 지난 8월의 소련 공산당 해체를 전후한 충격과 이의 대응에 있어 당내 보수·개혁세력간의 이견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특히 이번 8중전회는 소련사태이후 처음 열리는 주요회의이면서 내년 가을의 제14차 당대회의 예비모임 성격을 지녔다는 점에서 외부정세변화에 대한 평가와 내부체제정비라는 양면적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여진다.
중공당은 내부적으로 89년 4월 후야오방(호요방) 당시 총서기의 사망과 6월의 천안문사태를 거치면서 지금까지 당의 핵심지도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3명의 공석을 남긴채 운영에 파행을 빚어왔다.
따라서 이번 8중전회에서 일반적으로 예상되어온 대로 주용기·추가화·양백빙의 정치국 진입에 의해 호요방·조자양·호계립 이후의 공석이 메워진다면 일단 당의 기능강화와 후계체제 정립에 진전이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등소평 구상으로 알려진 개혁주도의 이같은 인사가 8중전회에서 그대로 통과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것은 지역적으로 「선진남부」(상해파)의 개편파와 「보수북부」의 좌파세력간에 여전히 진로설정을 둘러싼 알력을 간단없이 드러냄으로써 「권력투쟁」의 불씨를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농촌문제는 8중전회에서 보다 전면적인 정책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위원회에 통상적으로 앞서는 중앙공작회의가 지난달 23∼27일간 열려 농업경제 및 국영기업 활성화 방안이 논의되었으며 이에 앞서 지난 3월에는 제남에서 「전국농촌 경제공작경험교류회」가 개최됐었다.
이번 8중전회는 이같은 일련의 농업문제에 관한 사전준비를 토대로 정책을 결정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다.
이붕 총리는 지난달 26일 산동시찰에서 『농촌이 안정되면 전국이 안정된다』고 말했지만 8중전회의 주요의제로 농업문제가 제기된데는 중국 농촌의 위기상황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국당국은 78년이후 농촌개혁의 일환으로 이른바 「가정연산승포제」등을 도입,문혁시대의 평균주의적 분배방식을 일소하고 물질적 자극에 의해 농민의 노동의욕을 고취함으로써 농산물의 대폭적 증산에 성공한바 있다.
그러나 84년의 태풍을 고비로 생산증가는 횡선을 그으면서 산효하강(생산량과 효율의 저하)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었다.
인구 8억명을 포용한 농촌이 해마다 1천7백만명씩 불어나는 새식구를 먹여 살려야 하는 중국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농촌문제는 그동안 도시 및 연안개발에 비해 소홀시 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이번 8중전회는 토지 및 생산재의 집체소유를 기본특징으로 하면서도 농가에 의한 계약생산을 위주로 하는 가정연산승포제를 심화확대하는 한편 농촌사회주의 교육운동,수리사업 강화 등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80년이후 청부제(승포제)의 단맛을 본 농가의 의식변화를 방지하기 위한 농촌사회교육운동은 농촌에서의 공산당 기층조직의 재정비사업과 함께 그 강도를 더해갈 것으로 보인다.
중공당 중앙위원회는 공개적인 개회없이 시작해 폐회 이후에 비로소 회의내용에 관한 공식자료를 발표해 왔다.
이번 8중전회는 농촌산업·인사문제에 관한 세부적 결정사항이 어떻게 모습을 드러낼지는 아직 베일속에 가려있다.
그러나 그 성격은 기본적으로 「통제속의 개혁강화」라는 서로 상충되는 요소를 담고 있는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홍콩=전택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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