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염소 정수 방식이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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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허점 드러낸 수돗물 관리
경인지역 수돗물에서 발암성물질인 THM(트리할로메탄)의 주요성분인 클로로포름이 WHO(세계보건기구) 권장치 이상 검출되고 DDT도 미량 나왔다는 한국소비자보호원 수질검사결과가 발표된 것을 계기로 현행정수방법·수돗물관리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주요상수원인 한강상류가 각종유기물질에 의해 갈수록 오염되고 있어 유기물질과 살균제인 염소의 합성과정에서 생겨나는 THM의 발생 량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학계의 지적에 따라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현재 수질이 불량한 일부 지역에서 실시하고 있는 이산화염소 투입에 의한 THM 억제법을 포함한 고도정수처리방식을 내년도부터 도입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는 그러나 공산품검사를 주로 하는 소보원의 이번 수질검사결과가 지금까지 국내기준치 이하로만 측정돼 온 자체 및 외부기관 검사결과와 큰 차이가나 혼란이 일고 있다며 객관적인 실상을 가리기 위한 공동검사를 제의했다.
◇서울시·소보원 검사결과의 상이점=소보원은 9∼10월중 서울 22곳, 인천 10곳등 32곳에서 채취한 가정수돗물 검사결과 클로로포름이 WHO 권장 기준치 30PPB를 1.5∼2.3배 초과하는 45∼70 PPB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반면 서울시 상수도 사업본부가 지난해 1년 간 팔당 등 5개 수원지의 원수·정수·수도전을 검사한 결과 THM이 정수에서 22PPB, 수도전에서 30PPB만이 검출됐다.
또 학계·소비자단체·언론계·시민대표 등 20명으로 구성된 서울시 상수도 수질검사위원회(위원장 권숙표 연세대 명예교수)가 직접 채취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 전문기관에 의뢰한 검사에서도 이와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검사결과가 크게 다른데 대해 권숙표 위원장은 『소보원 검사기간인 9∼10월에는 콜레라 예방을 위해 염소가 평소보다 2배 이상 투입돼 결과치가 예외적으로 높게 나타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위원장은 『THM 검사는 기계고장·측정방법 잘못 등으로 오차가 나기 쉽다』면서 『따라서 상당기간 반복검사를 거쳐 통계적 편차를 줄여야하며 발표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정수방법의 문제점과 개선책=THM은 살균제인 염산과 유기물중 고분자물질인 부식산(Humidacid)·폴보산(Folvoacid)이 정수과정에서 합성돼 발생한다.
그러나 폴리염화알루미늄(PAC)을 응집제로, 염소를 살균제로 사용하는 현행 정수방법으로는 THM을 제거할 수 없다.
THM을 제거하는 고도정수방법으로는 이산화염소 투입법·오존처리법·입상활성탄 투입법 등 세 가지가 있다. 이산화염소는 부식산과 폴보산, 그리고 THM 자체를 모두 분해시킨다.
입상활성탄은 분말상태의 가는 숯가루로 모래로도 걸러내지 못한 유기물질을 흡착 제거하는데 사용된다.
오존은 정수단계에서 염소와 함께 사용되며 유기물질을 산화해 제거한다.
고도정수방식은 수질이 나쁜 부산·인천에서 사용되고 있고 서울에서는 9개 수원지중 수질이 좋지 않은 노량진·영등포·선유등 3개 수원지에서만 이산화염소 투입법이 사용되고 있다.
◇클로로포름과 발암=THM은 70년대 초 미국 미시시피강 하구 뉴올리언스 시에서 암환자가 급증, 2년 간의 역학조사결과 수돗물에서 발견됐으며 동물실험을 거쳐 발암성물질로, THM의 80∼90%를 차지하는 주요성분인 클로로포름은 발암물질로 판명됐다.
미국을 필두로 영국·프랑스·일본 등에서 규제기준을 마련했고 우리나라는 89년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가 국내 수원지에서 다량의 THM이 검출된 검사결과를 발표한 것을 계기로 90년 보사부 음용수 수질기준(1백PPB)항목으로 채택됐다.
THM의 각국 권장기준치는 1백PPB, 클로로포름의 WHO 권장기준치는 이보다 엄격해 30PPB다.<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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