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고 속인 용산구청 화재(촛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인부대기실로 쓰이던 가건물 20평이 타버린 정도입니다. 화재당시 사무실에 아무도 없었으니 누전이 분명합니다.』
22일 오후 3시30분쯤 서울 원효로1가 용산구청 6층 옥상 70평규모의 가건물에서 불이 난 건물안에 있던 사무실 2곳과 창고,보관중이던 서류가 모두 타버린 화재사건을 놓고 구청측은 거짓말하기에 바빴다.
불탄 70평의 면적을 20평이라고 우기고 타버린 서류창고를 「헌책을 보관하던 서고」라고 둘러대며 소형트럭 3∼4대분의 관계 서류들이 모두 타버린 사실이 드러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사무실에 있던중 갑자기 옆방에서 불길이 번져와 뛰어나왔습니다.』
화재 당시를 설명하던 직원은 구청간부가 상을 찌푸리자 갑자기 입을 다물었고 함구령이라도 내린듯 진화작업을 하던 구청직원 수십명의 대답은 한결같이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였다.
『구청측의 요청으로 25평건물이 불에 타 20만원의 피해가 난 것으로 집계해줬습니다.』
출동한 소방대원의 말은 더욱 기가 막혔다.
구청장이 화재뒷처리를 않고 서둘러 「관할 경찰서장·소방서장을 만나러 나가셨다」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용산구청측은 자체조사결과 누전이었다고 우겨대다 경찰로부터 『수사를 당신들이 하느냐』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경찰조사결과 불은 구청측의 주장과 달리 과열된 난로에 석유를 옮겨 붓다 일어났고 화재당시 사무실에는 여러명의 직원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을 숨기고 책임회피에 급급한 공무원들의 어깨너머로 구청 곳곳에 붙어있는 「위민행정이란」 구호가 초라하게 보였다.<김종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