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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범여권 통합 최대 변수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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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

"국회 비준이 어려울 수도 있다."(열린우리당 장영달 원내대표)

"개방형 경제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한다."(통합신당추진모임)

"협상을 즉각 중단하고, 협상을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민생정치준비모임)

"이 문제 때문에 이번 대선은 진보 대 보수 구도로 짜일 것이다."(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타결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정치권이 다시 술렁이고 있다. 국회 비준을 염두에 둔 각 정파와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고 있다. FTA는 노무현 대통령의 역점 추진사업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를 지지하는 세력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탈당파인 '통합신당추진모임'이다.

노 대통령을 반대하거나 거리를 둔 세력들이다. 열린우리당 내 친노 진영에선 오히려 반대론이 거세다. 자칫 쌀 개방 때와 유사한 '제2의 농촌당'이 출현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움직임은 범여권의 통합 추진 기류를 흐트러뜨릴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선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칠 공산도 크다.

?한나라당이 최대 원군=12일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전 의장은 반FTA 시위를 막은 이택순 경찰청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천정배 의원이 이끄는 민생정치모임은 "경찰이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했다. 이들은 최근까지 모두 '노무현 정권'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FTA 체결에 부정적이다.

김 전 의장과 가까운 열린우리당 장영달 원내대표는 국회 비준 거부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1월엔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 23명이 졸속 협상 거부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반면 노무현 정부와 첨예한 대립각을 세워왔던 한나라당은 FTA 찬성 쪽이 많다.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지난해 원칙적으로 FTA 타결에 찬성한다는 내용의 책자를 냈을 정도로 당론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범여권에선 김한길 의원이 이끄는 통합모임이 비교적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FTA 추진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쪽이다.

FTA 체결에 반대하는 민노당의 문성현 대표는 단식농성 중이다.

?농촌 출신 의원들 반대=FTA를 반대하는 의원들은 두 부류다. 한쪽은 농촌 지역구 출신, 다른 쪽은 진보 성향 의원들이다. 앞쪽은 한나라당에, 뒤쪽은 열린우리당을 포함한 범여권에 많다. FTA 협상이 타결돼 비준안이 국회로 넘어올 경우 이념 성향이 아주 다른 두 부류가 단결하는 '기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범여권 통합 움직임과 관련해 "FTA 등 주요 현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사전에 입장이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FTA가 대선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열린우리당 정장선 의원도 "FTA에 대한 의원들의 입장이 기존 정파들의 세력과 너무나 달라 협상이 타결되면 범여권의 통합과 분열을 가름하는 중요한 변수로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욱.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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