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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토종 기업일까 글로벌 기업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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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해외 공장에서 올리는 매출 비중이 84%를 넘는 기업은 한국 기업일까, 다국적 기업일까'.

한국의 대표적 전자업체인 삼성전자.LG전자의 글로벌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본사만 한국에 있을 뿐 점점 다국적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LG전자의 2006년 매출액(385억 달러) 중 해외 매출 비중은 84%에 달했다. 이 회사는 올해 해외 비중은 1%포인트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매출이 약 730억 달러가 되는 2010년엔 해외 매출 비중을 9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해외 비중이 더 높다. 2005년 글로벌 매출액(80조6000억원) 중 87%를 해외에서 올렸다.

◆ 생산 거점을 해외로 해외로=전자업체의 해외 비중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2000년대 들어 해외에 집중적으로 생산 거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LG전자의 경우 1998년 41곳이던 해외 법인 수가 현재 80곳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폴란드 므와바에 연 72만 장의 PDP를 생산할 수 있는 모듈 공장을 세워 유럽 공략에 나서는 한편 인도.브라질.남아공 등 신흥 시장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해외 거점이 늘어나면서 외국인 직원 수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 회사의 임직원은 8만3000명 수준. 이 가운데 외국인이 60%인 5만2500명에 달한다. 국내 직원의 1.5배가 넘는 것이다. 2010년에는 외국인이 6만 명으로 국내 인력의 두 배에 이를 전망이다. 세계 48개국에 97곳에 달하는 현지 법인과 지사를 둔 삼성전자는 외국인 직원이 5만2000명으로 LG전자와 비슷하다. 다만 본사 직원이 8만5000명 수준이라 아직 한국인 직원이 더 많다. 최근 인도 TV 공장과 슬로바키아 LCD 공장을 가동했으며 미국 오스틴의 반도체 공장, 헝가리의 TV 공장, 중국 쑤저우의 LCD 공장 증설을 추진 중이다.

◆ 비용 절감과 무역장벽을 피하기 위해=전자업체들이 해외 공장을 늘리는 것은 비용 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무역장벽을 피하기 위해서다. 특히 인건비와 물류비 비중이 큰 가전제품의 경우 현지 생산이 필수적이다.

최근 이건희 삼성 회장이 "(가전은) 한국에서 할 만한 사업이 아니다"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점을 고려했다. 국내에서는 내수품 위주로 생산하고 수출 물량은 해외 공장으로 넘기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삼성전자의 해외 생산 비중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영하 LG전자 생활가전사업본부 사장은 "세탁기.냉장고.에어컨 등 백색가전은 물류비가 원가의 6%에 달한다"며 "10초에 한 대꼴로 제품을 만드는 높은 생산성을 자랑하는 창원 공장에서도 고급 제품 외에는 가격 경쟁이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보다 인건비가 쌀 뿐 아니라 각국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도 해외 공장 증가의 한 원인이다.

이와 함께 무역장벽을 피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D램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의 오스틴 반도체 공장이나 LG전자의 폴란드 TV 공장은 각각 미국과 유럽 시장을 공략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지 고급 인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최근에는 중국에서 뽑은 인력이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통합 인사 시스템을 갖췄다"며 "해외 법인은 단순한 제조.판매를 담당하는 데서 벗어나 해당 국가에 뿌리 내리고 자생력을 갖추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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