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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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시각디자이너 장완두씨(42)가 도안한 90년도 한국 크리스마스실 「시집가는 날」이 지난 11∼15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세계 크리스마스실 콘테스트에서 1위에 입상했다.
한국의 전통 혼례과정을 연작으로 15장에 나누어 담은 「시집가는 날」은 국제항결핵 및 폐질환연맹 (IUATLD)의 연차총회에 참석한 1백18개 회원국 대표들의 투표로 결정하는데 한국의 크리스마스실은 88, 89년에 이어 연속 3회에 걸쳐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도안과 인쇄수준을 인정받은 셈이어서 매우 기쁘다』는 장씨는 중앙대공예과를 졸업한후 제일기획·대우기획등 광고업체를 거쳐 현재는 아트벨의 대표이자 한양대·성신여대에서 일러스트레이션과 광고 표현기법등을 강의하고 있다.
대한결핵협회의 요청으로 지난해의 실도안을 맡았던 장씨는 가장 한국적인 소재를 찾기위해 고심하던중 용인 민속촌에서 이루어지는 전통혼례장면을 스케치, 3개월만에 완성했다.
『혼례장면은 한국적인 정취가 가득하고 누구에게나 좋은 기분을 줄것같아 택했다』는 장씨의 「시집가는 날」은 켄트지에 아크릴 물감을 써 제작, 한국조폐공사가 인쇄를 맡았다.
88, 89년에 1등으로 뽑힌 작품은 김헌씨의 「농악놀이」, 곽계정씨의 「즐거운 우리풍속」등으로 한국인의 토속적인 정서를 도안에 담고있는 것이 공통점.
장씨는 86년 프랑스에서 개최된 문화 포스터살롱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그가 만든 실은 지난해 모두 2천4백21만7천여장이 팔려 (1장에 1백20원) 총29억6백4만여원의 결핵퇴치 성금이 마련됐다.
크리스마스실은 대한결핵협회가 공공기관 및 단체·학교등을 통해 판매하는데 지난해 성금은 결핵환자 발견을 위한 X레이 검진비에 약 2억1천만원, 결핵예방접종약 BCG 생산비에 약 1억9천만원, 결핵연구조사에 약1억8천5백만원등이 쓰였다.
우리나라의 결핵환자수(90년)는 약 72만8천명으로 해마다 조금씩 줄어들고 있으나 발병률이나 인구 규모에 따른 환자수는 대만·태국·싱가포르등보다 월등히 높아 「결핵 후진국」의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장씨는 『앞으로도 계속좋은 크리스마스실 도안이 나와 국민들의 호응이 높아져 결핵퇴치 사업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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