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뉴질랜드도 쌀개방 요구/APEC참석 양국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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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 상공에 “예외없다” 압력/정부 「좁아진 입지」대응책 주목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각료회의(APEC)의 주요 회원국들이 한국의 쌀시장 개방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서 우리나라의 향후 대응책이 크게 주목되고 있다.
특히 이 회의에 참석중인 호주와 뉴질랜드의 대표들마저 한국정부에 대해 쌀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한국입장을 매우 어렵게 하고 있다.
APEC참석차 내한한 호주의 닐 블루위트 통상해외개발장관은 12일 낮 호텔 신라에서 가진 이봉서 상공부장관과의 회담에서 『UR(우르과이라운드)가 타결되기 위해서는 농수산물을 포함한 모든 품목의 예외없는 관세화가 필요하다』고 주장,쌀시장을 열라고 촉구했다.
또 뉴질랜드 매킨논 부총리겸 외무무역장관은 이날 잇따라 열린 이상공과의 양자회담에서 『각국이 예외인정을 요구할 경우 UR협상의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며 호주와 똑같은 주장을 폈다.
특히 40여분간 계속된 이 회담에서는 한국의 쌀시장개방불가론과 뉴질랜드측의 개방불가피론이 맞서 서로 언성을 높이는등 설전까지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이장관은 『한국의 쌀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더나아가 정신적인 문제이며 국가방위와도 직결되므로 쌀시장 개방은 어렵다는게 한국정부와 국민의 합의사항』이라고 밝혔다.
호주·뉴질랜드의 이같은 태도는 UR협상을 연내에 타결하기 위해 농산물 수입개방 예외 품목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주장을 강력히 지원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UR협상에서 쌀시장만은 지키겠다는 한국정부의 입장이 더욱 곤경에 빠지게 됐다.
호주는 UR협상에서 농산물 주요수출국 모임인 케언즈그룹의 의장국으로 상당한 발언권을 행사하고 있다.
미무역대표부의 칼라 힐스 대표도 지난 10일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은 쌀을 포함한 모든 부문의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으며 EC(유럽공동체)도 최근 헤이그에서 가진 부시 미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농업보조금폐지문제에 대해 급진전을 보게돼 UR협상은 한국에 매우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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