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FBI 불법 개인정보 수집 관련자 "안보 중요" 문책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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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에서 연방수사국(FBI)의 불법 사생활 침해 문제가 다시 쟁점화되고 있는 가운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국가 안보를 위해 중요하다"며 관련자 문책을 거부했다.

CNN과 AP.AFP 보도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9일 감사 보고서를 발표, FBI가 '테러행위 근절을 위한 애국법(Anti-terrorism Patriot Act)' 규정을 남용해 개인 통화 기록은 물론 인터넷 교신 내용, 금융거래 정보 열람 권한을 부당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은 부시 행정부가 9.11 테러 이후로 테러 근절을 내세워 국민 사생활을 침해한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요구했으나, 부시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과 FBI 국장을 모두 두둔했다.

부시 대통령은 10일 우루과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FBI가 이 문제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뮬러 국장의 조치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문제는 가능한 한 빨리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FBI의 결함이 드러났지만 '보안문서'는 국가 안보를 위해 중요한 것"이라며 "나는 곤잘러스 장관을 믿듯이 뮬러 국장도 신임한다"며 두 사람에 대한 신뢰를 강하게 나타냈다.

애국법은 9.11 이후 제정된 것으로 테러 용의자 등을 수사할 때 법원의 영장 없이 '보안문서'(national security letters) 발부만으로도 개인의 통화 기록이나 인터넷 교신 내용, 금융거래 신용정보 내용을 입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법무부 감사보고서는 그러나 FBI가 긴급한 상황이 아닌 경우에도 부당하게 개인 정보를 확보하며 주어진 권한을 심각하게 남용했다고 지적했다. 또 '보안문서'를 남발해 수많은 사람의 개인 정보를 입수하고서도 의회에는 이 문서의 발급 건수를 줄여서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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