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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기원전 6세기초 레스보스섬에서 태어난 그리스 최대의 여류시인 사포는 일찍이 남편과 사별한 후 소녀들에게 가무를 가르치는 일로 일생을 보냈다. 제자소녀들에 대한 그녀의 사랑이 너무도 지극해 그후 여성들끼리의 동성애를 샤피즘 혹은 그녀의 출생지 이름을 따 레즈비언러브라고 불렀다.
남성들간의 동성애를 뜻하는 호모섹슈얼리티의 호모는 본래 유전자형이 순수함을 뜻한다. 그러니까 동성애의 시초는 오늘날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추악한 개념으로 시작된 것 같지는 않다.
동성애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불결한 성교,난교로 인한 에이즈나 아메바증과 같은 성적 감염증이 걷잡을 수 없을만큼 번졌기 때문이었다.
남성의 경우 10% 안팎,여성의 경우 3% 안팎이 빠져있다고 추산되는 동성애는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으나 73년 미국의 정신의학회는 동성애를 정신장애로 보지 않고 「성적 관심대상의 혼란」이라는 묘한 표현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동성애는 반드시 치료받아야 한다는 일반적 인식이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질병의 하나로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문제는 동성애의 원인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의학으로도 구명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천설이 있는가 하면 후천설이 있고,유전설이 있는가 하면 심인설이 있다.
최근에는 태생기 뇌의 성분화에 근거를 두는 설이 제기돼 관심을 모았으나 이 역시 하나의 설에 불과할뿐 정확성 여부는 미지수다.
일반적으로 동성애는 개방사회일수록 성행한다고 한다. 미국이 동성애의 천국이라는 사실도 여기에 근거한다. 69년 6월 뉴욕에서의 대대적인 게이 해방운동은 동성애자 공화국을 성립시키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70년대 이후 동성애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처럼 드러내놓고 활동하는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곳곳에서 은밀하게 교섭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환락가의 요소요소에서 게이 바가 성황을 이루고 있음이 그것을 잘 입증한다.
8일자 각 신문에 실린 게이 바의 여장 남자종업원들의 사진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남자라는 흔적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개방사회의 한 단면으로 치부하면 그만일까.<정규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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