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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호, 이것만은 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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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미국 프로야구 뉴욕 메츠의 박찬호(34.사진)는 4주간의 예비고사(시범경기)를 치르고 있다. 톰 글래빈-올란도 에르난데스-존 메인의 1.2.3선발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박찬호는 올리버 페레스, 마이크 펠리페, 애런 실리 등과 함께 4.5선발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 그는 8일(한국시간)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시범경기에서 호투했다.

그러나 여전히 홈의 여론은 페레스와 펠리페에게 우호적이다. 이들을 넘어서기 위해 박찬호는 몇 가지 과제를 풀어야 한다. LA 다저스 시절 타자를 집어삼킬 듯이 던지던 포심 패스트볼의 부활과 더불어 체인지업을 다듬어야 한다. 또 '경기 초반 제구력이 불안하다'는 이미지도 지워야 한다.

▶두 가지 패스트볼의 조합

모든 볼은 궤적을 그리며, 공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궤적은 달라진다.

포심(four seam) 패스트볼은 일반적인 강속구를 가리킨다. 검지와 중지로 공의 실밥을 가로로 걸치게 잡아 실밥이 네 차례 닿게 한다. 실밥을 많이 잡을수록 공의 회전이 많아지고 공기의 저항은 줄어들어 속도가 빨라진다. 이때 관건은 얼마나 '힘있게' 뿌리느냐다.

박찬호는 스프링캠프에서 "중요한 건 파워고, 힘은 하체에서 나온다. 내 하체는 여전히 좋다"고 했다. 이는 포심패스트볼을 염두에 둔 말이다. 다저스를 떠난 이후 박찬호는 포심보다는 투심(two seam)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삼았다. 투심은 검지와 중지로 실밥을 세로로 잡아 던지는 것으로, 빠른 공이긴 하나 싱커와 같이 홈플레이트 앞에서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 투심과 포심은 같은 폼으로 던지지만 포심은 타자 앞에서 떠오르는 듯한 효과를 낸다. 실제로는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덜 떨어지는 것이다. 박찬호는 "투심에 포심을 곁들이는 투구를 생각 중"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체인지업도 포심과 비슷한 궤적을 그리는 '스트레이트 체인지업'을 연마하고 있다.

▶경기 초반 부진 탈피

8일 경기에서 박찬호는 1회에 흔들리다 2.3회에 가파르게 회복했다. 박찬호에게는 아주 낯익은 패턴이다. 그의 문제는 출발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제구력이 흔들려 볼넷을 내주고, 그것이 대량 실점으로 이어지면 경기를 망친다.

박찬호는 13일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출전한다. 첫 경기가 포심 등 새롭게 다듬고 있는 구질에 대한 시험이었다면, 두 번째 경기는 초반 제구력을 좋게 가져가야 한다.

모든 것을 보여 주기에 4주는 짧은 기간이지만, 그것 외에 별도의 시간은 마련돼 있지 않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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