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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국악계 기업지원 활발|삼성·미원등 자금원조·경연대회 개최|외국기업도 나서…장기적인 투자확대 절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기업들이 민간 국악관현악단에 대한 활공예산 지원, 국내 최대 규모의 국악경연대회 개최등의 형태로 국악발전을 위해 적극 지원하고나서 국악계가 크게 반기고있다.
최근 (주)미원이 중앙국악관현악단에 2억원을 조건없이 지원해 운영난에 시달리는 민간국악관현악단에 「단비」를 뿌렸는가 하면, 삼성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억원을 들여 최고 1천만원에 이르는 상금과 수상자들의 국내외공연 마련등 사후지원의 측면에서 명실공히 최대규모로 꼽히는 서울국악대경연을 KBS와 공동 주최하고있다.
제2회 서울국악대경연은 1백20개팀이 겨룬 예선에서 ▲창작 ▲판소리 ▲풍물 ▲가야금·거문고·아쟁 ▲피리·대금·해금 ▲잡가·입창·범창 ▲정가 ▲무용등 8개부문 24개팀이 선발돼 6일 KBS홀에서 본선을 치르게 된다. 이중 대상에는 1천만원, 금상(7명)에 각 5백만원, 은상(8명)에 각 3백만원, 동상(8명)에 각 1백만원의 상금이 주어지며, 오는 25일에는 우수 입상자들이 KBS국악관현악단과 협연하는 축하공연도 열린다.
또 입상자들에게는 해외공연 기회의 특전도 뛰따라 92년초 캐나다 토론토와 밴쿠버에서 중견 국악인들과의 합동공연에 참가하게 된다.
이처럼 국내음악계로는 파격적이라 할만한 상금과 함께 공연등 지속적인 지원체계를 갖춘 경연이라는 점에서 국악인들은 기뻐하고 있다.
국악의 생활화·대중화를 내걸고 참신한 연주활동을 통해 국악공연으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전석 매진 기록을 번번이 거듭해온 중앙국악관현악단은 최근 (주)미원으로부터 2억원을 지원받아 좀더 안정된 공연활동을 펼수 있게 됐다. 일반 청중들로부터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해 「가족잔치」처럼 공연을 치르기 일쑤인 국공립 국악연주단체들과 달리 중앙국악관현악단은 농어촌과 광산촌을 포함한 전국순회공연을 통해 폭발적 인기를 모으면서도 스스로 활동예산을 마련해야하는 민간국악단체로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온 형편.
중앙국악관현악단을 이끌고 있는 박범훈교수(중앙대)는 『이제 연주기량이 빼어난 단원들을 다른 국악단체에 빼앗기는등의 서러움에서 벗어날수 있게 됐다』면서 『기업의 문화투자가 외형적 의미뿐 아니라 구체적 이익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는 사실을 꼭 증명해 보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외국기업들도 국악부문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 IBM은 지난달 전국고교 농악경연대회를 후원했으며 지난8월에는 한국소리얼연구회가 5개년 계획으로 착수한 소련 알마아타지역 한인교포를 위한 하기국악강습회도 뒷받침했다. 또 미국의 유나이티드 테크놀러지스는 92년2월부터 워싱턴 스미소니언박물관에서 여러차례에 걸쳐 갖게될 한국전통예술기획공연을 후원하겠다고 나서는등 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의 국악부문 지원도 점차 늘고있는 추세.
국악학자 한명희교수(서울시립대)는 『기업들이 당장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반대급부에 매달리지 않고 잘 드러나지 않는 문화투자, 그중에서도 집중적 투자와 지원이 시급한 국악부문에 대한 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라고 전제, 『그러나 장기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그 효과를 극대화할수 있다는 문학투자의 속성을 고려해 즉흥적·일회적인 투자가 아니라 「씨뿌려서 열매맺을 때까지」 장기적·계획적인 투자로 확대·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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