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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된것도 수거때 뒤죽박죽|주민 "소용없다" 포기사태|인원·장비 모자라 역부족|실시지역선 쥐 줄고 주변청결등 큰 효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자원재활용과 환경오염 감소를 겨냥한 쓰레기분리수거제도가 제자리를 찾지 못한채 표류하고있다. 행정당국의 준비미흡·주민들의 시민의식부재로 처벌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되는등 말뿐인 제도로 버려진 상태다. 서울의 경우 일반주택가는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할 정도로 분리수거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렇다할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실태를 현장에서 점검한다.
◇일반주택가=1일 오전10시15분 서울창신2동131번지 일대.
「전태일기념사업회」간판이 걸린 한옥집을 끼고 계단식 오르막길을 이루고있는 이곳 골목길은 제도를 비웃기라도 하는듯 연탄재·신문등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주방오물등 젖은 쓰레기가 온통 뒤죽박죽된채 쌓여있었다.
약1백m 길이의 골목길에는 서민아파트에서 흔히 볼수 있는 분리수거용 고동색 플래스틱통조차 모두 합쳐 3개밖에 눈에 띄지 않았고, 악취를 풍긴다며 제도 도입후 돌로 투입구를 막은 재래식 쓰레기통 위에는 귤껍질·아이스크림포장지·채소류 쓰레기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쓰레기통도 갖춰지지 않은 대부분 가정집들은 비닐에 온갖 쓰레기를 적당히 넣어 쌓아두고 있었고 그나마 일부 가정에서 갖춘 쓰레기통은 뚜껑을 열자 역시 분리수거가 안돼있었다.
동대문시장에서 찬거리를 사오던 주민 이우순할머니(67)는 쓰레기 분리수거가 잘안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시에서 쓰레기를 나눠서 내놓으라고 해서 처음에는 그렇게 했는데 그래봤자 청소부들이 도로 합쳐서 가져가는걸 보고 요즘엔 아예 신경을 안써요.』 이씨와 같은 이유로 일반주택가에서는 주민들 대부분이 정부의 쓰레기분리에 호응하지 않고 있는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서울신림7동에서 만난 환경미화원 박중호씨(31)는 『담벼락에 붙어있는 재래식 쓰레기통을 없앤후 쓰레기를 수거하는 시간은 절반정도로 줄었다』고 말하고 『그러나 「분리해봤자 난지도에 가면 마구 섞어 도로아미타불」이라는 식의 불평과 함께 주민들이 협조하지 않아 쓰레기의 재활용은 순전히 말뿐』이라고 했다.
실제 일부 뜻있는 주민들이 성실하게 분리해 내놓은 쓰레기는 쓰레기적 환경에서 마구 섞여 버려지고 있었다.
1일 오후12시5분쯤 서울아현1동 마포도서관옆 간이쓰레기적 환장의 10여대 쓰레기 손수레속에는 연탄재·재활용품·기타 쓰레기가 가지각색 비닐봉지속에 뒤섞여 있었고 애써 분류한 플래스틱제품·스티로폴·휴지등 재활용품까지 뒤죽박죽돼 있었다.
쓰레기를 한수레 실어나르고 곧장 또다시 일하러 나가던 미화원 이진호씨(54)는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는 가구는 30%도 채 안되는 것 같다』고 밝히고 『1개월전 담당구역이 모두 바뀌었는데 구청에서 아직 별도지시가 없어 분리수거를 아직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봉천10동등 대부분 일반주택가는 분리수거자체가 행정당국의 준비소홀로 빛이 바랜 가운데 주민들의 쓰레기 분리보관행위도 5∼30%정도에 그쳤다.
◇아파트=1일오후1시40분 서울잠실2동 주공아파트단지내 동사무소 옆에 놓인 컨테이너 쓰레기통 3개 가운데 한곳에 송파구청소속 40대 환경미화원이 단지를 돌며 수거해 온 쓰레기들을 옮겨 담고 있었다.
컨테이너에는 흰색분필로 「연탄재」라고 분명하게 쓰여있었으나 이 미화원이 손수레위에 올라가 버리는 쓰레기는 연탄재가 아니라 마르고 젖은 온갖 쓰레기였다.
『왜 연탄재 넣는 컨테이너 속에 다른 쓰레기를 집어넣느냐』는 물음에 이 미화원은 『연탄재외의 쓰레기를 집어넣는 컨테이너가 꽉차있어 쓰레기차량 운전기사가 실어가기 좋게 덜찬 컨테이너 속을 가득 채우고있다』고 했다.
같은 아파트단지 207동 아파트입구에는 고동색쓰레기통이 2개씩 놓여있었다. 어느 아파트입구에 놓인 쓰레기통 뚜껑 한쪽에는 「기타쓰레기」, 또 한쪽에는 「연탄재」라고 검정색 매직으로 쓰여 있었다.
그러나 열어본 뚜껑속의 내용물은 사뭇 달랐다.
연탄재를 넣어야 할 통속에 기타쓰레기가 버젓이 버려져 있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
또 지난7월 분리수거가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폐쇄토록 한 종전 쓰레기투입구의 상당수에는 아직도 여전히 연탄재가 깨어진 것,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나뒹굴고 었었고 게다가 일부에는 주방오물등 다른 쓰레기더미까지 있었다.
그렇긴해도 대부분의 쓰레기투입구는 분리수거 이전보다는 깨끗했다.
잠실2단지 관리소 직원이상주씨(62)는 『음식찌꺼기등이 잔뜩 버려졌던 분리수거 이전보다 쥐와 파리등 해충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했다.
『예전에는 쥐가 하도 많아 단지내 길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바람에 아가씨·어린이들이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는가하면 청소를 위해 투입구 뚜껑을 열면 여러 마리의 쥐가 음식찌꺼기를 먹고 있다 도망쳤지요.』
이씨는 『분리수거 이전에 단지안에 쥐약을 놓으면 죽은 쥐가 마대자루로 10포대이상 모아졌으나 요즘엔 3포대정도로 줄었다』며 『이 제도가 정착될 경우 좋은 효과를 낼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공동체의식이 부족한 탓인지 아직까지 4∼5층에서 연탄재를 마구 집어던지는 사람들이 적잖게 눈에 띄고 10가구중 3가구꼴만 분리수거에 협조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아파트단지 204동 3반장인 주부 장말숙씨(42)는 『반상회를 통해 홍보를 많이 했지만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충분한 준비없이 지난달25일 반상회를 앞두고 앞으로 위반자에게 1백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리겠다는 통보를 해와 주민들 걱정이 앞선다』고했다.
잠실2단지 아파트외에 잠실1·3·4단지, 이촌동민영아파트, 방배동 삼호아파트등 서울시내 대부분 아파트에서도 아직까지 쓰레기분리 수거가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올해초 대한주부클럽연합회등 시민단체로부터 「시범아파트」로 뽑힌 오금동가락상아아파트등 일부에서는 많은 주민들의 호응으로 정착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현장의 개선목소리=환경미화원·주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가장 시급한 문제는 수거인력과 컨테이너쓰레기통·압축차량등 장비를 충분히 갖춰 분리수거의 효과에 대한 신뢰를 주민들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또 일반주택가에는 폐품을 팔아 생긴 기금등으로 연탄재·재활용쓰레기·기타쓰레기를 나눠 넣을 수 있는 쓰레기통·비닐봉지를 충분히 보급해줘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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