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잘서야 되는 야 당무위원/정순균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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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당주변에서는 『정치판은 줄을 잘서야 한다』는 말이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
이합집산이 반복되고 정치인의 부침이 심한 최근의 정치판에서는 더욱 그런 말들이 실감난다.
1일 발표된 통합야당 민주당의 당무위원 70명의 명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역시 이 말은 크게 틀린 말이아니구나 하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어느정당이고 당무회의는 중요당무와 당의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핵심 당기구다. 이때문에 당무위원은 중요한 자리고 정당인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탐내는 자리다.
그런데 민주당당무위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과연 적격자인가』하는 의구심이 앞서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어떤 당무위원은 명단이 보도된 1일자신문의 정치면기사에 버젓이 이름이 올라있는가 하면 사회면 가십란에는 검찰에 의해 기소된 「폭행피의자」로 보도돼 있다.
이날 발표된 당무위원은 통합당시의 합의대로 신민계와 민주계가 6대 4의 지분으로 나누다보니 신민계가 42명을,민주계가 28명을 차지했다.
그러다보니 신민계는 당초 73명이던 당무위원을 42명으로 줄이는 내부진통을 겪어야 했다.
이에 비해 구민주당시절 정무위원이 30명이었던 민주계는 통합당시 합류하지 않은 3명이 빠지고 대신 1명만을 추가한채 고스란히 통합당의 새당무위원으로 임명됐다.
몇몇 신민계는 「지역안배」「전국구」라는 기준때문에 부적격자인데도 들어가고 민주계쪽에서도 줄 한번 잘선 탓에 자격미달자가 당무위원 감투를 쓴 결과가 됐다. 이 때문에 당안팎에서는 예의 「정치판은 줄을 잘 서야한다」는 자조와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당무위원은 민주당이 통합후 처음으로 국민앞에 선보인 사람들이다.
그런데 국민들이 통합야당에 바라고 기대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들이다.
인물보다는 통합지분에 얽매인 탓이다. 통합야당의 이미지가 자칫 퇴색될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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