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기반 강화시급(전환기 맞는 중소기업: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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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UR타결땐 각종지원 축소 불가피/전문화·기술개발로 경쟁력 키워야
『중소기업은 앞으로 자생력을 키우고 전문화하는데 주력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에 직면하게 된다. UR(우루과이라운드)가 타결되고 나면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지원이 제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상공부 김홍경 중소기업국장).
정부의 중소기업부문 7차 5개년계획(92∼96년)은 중소기업에 대한 단기적인 지원보다는 자립기반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UR가 타결되고 나면 특정업체에 대한 선별적인 지원이 어렵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이 기간중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촉진등을 통해 경쟁력강화가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UR가 타결되면 당장 손봐야할 제도가 많다.
수출촉진을 위해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무역금융제도를 더이상 끌고가기 어렵고 중소기업 고유업종도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자유로워지는 만큼 의미가 없어진다.
UR가 아니더라도 금융의 자율화·국제화추세에 따라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여지가 없어져 중소기업 금융지원정책을 유지하기 어렵다. 중소기업 의무대출비율제도 등은 폐지될 가능성이 많다.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대출자금운용을 단기화할 것이고 이에 따라 설비투자를 위해 장기자금이 필요한 기업의 입장에서는 설비투자자금 조달이 쉽지않을 전망이다.
최근 중소제조업체가 자금난·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앞으로 더욱 힘든 산업구조조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최근 산업합리화업종 지정이 거론되고 있는 부산 신발업계와 같이 정부지원이 필요한 업종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때 정치적인 판단보다 산업정책적인 고려가 우선돼야 한다.
신발업종에 대한 산업합리화업종 지정문제처럼 충분한 사전논의없이 불쑥 튀어나오는 식이 돼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신발업이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것은 사실이나 신발업종을 산업합리화업종으로 지정,금융·세제상의 특혜를 주는 것은 다른 업종과의 형평에 어긋나는데다 그동안 10여년간의 호황기간중 브랜드개발등에 소홀히한 업계에도 책임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
신발은 우리제품이 세계 최고수준에 있으면서도 자기브랜드 수출은 전체의 5%에 그치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문제가 거론되고 있지만 올들어 7월말 현재 총대출(순증) 8천1백45억원 가운데 80%인 6천3백51억원이 중소기업에 돌아갔다.
이에 따라 총대출에서 중소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말 55.5%에서 59.2%로 높아졌다(한은 통계).
그러나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의한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고 소량 다품종생산을 통해 경제여건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계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기협중앙회측은 중소기업의 자기자본비율이 76년 44.4%에서 81년 30.4%,90년에는 29%까지 떨어지는 등 재무구조가 나빠졌다고 밝혔다.
중소제조업체의 자금조달 형태를 보면 기업 스스로 돈을 마련하는 내부금융비율이 79년 20.4%에서 88년 41.8%까지 올라갔으나 89년 33.9%,90년 27.4%로 떨어졌다(한은 기업경영분석).
상공부 한덕수 산업정책국장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산업구조조정을 겪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최근 사양산업의 도태는 너무 급작스럽게 진행되고 있다』며 『경쟁력을 갖추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의 육성은 부품산업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전성원 현대자동차사장은 『자동차는 2만여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지는데 부품업체에서 한두개의 불량품만 섞여들어와도 자동차의 작동에 문제가 생긴다』고 부품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홍경 중소기업국장은 『결국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전문화·기술개발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효율적인 계열화방안이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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