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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연료' 뜨니 곡물값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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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주로 옥수수.콩 등을 원료로 생산되는 친환경 바이오 연료의 수요가 늘면서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자원이 한정된 화석연료와 달리 바이오 연료는 동식물을 키우기만 하면 계속 생산할 수 있어 '재생 가능(renewable) 에너지'로 불린다. 석탄이나 석유 등 화석연료에 비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어 최근 차세대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에탄올과 바이오 디젤이 대표적인 것으로 에탄올의 경우 옥수수.사탕수수.보리.감자 등에서, 바이오 디젤은 콩기름.유채유.쌀겨 등에서 뽑아낸다.

5일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케이스 콜린스는 "바이오 연료 생산업자들의 수요 증가로 옥수수를 비롯한 일부 곡물 가격이 크게 올라 앞으로 소비자들이 더 큰 부담을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콜린스는 "과거엔 곡물가격이 급등해도 주로 흉작과 같은 공급 쇼크에서 비롯한 것이었기 때문에 이내 가격이 내리곤 했지만 바이오 연료 붐으로 인한 가격 폭등은 수요 쇼크로 인한 것이어서 높은 가격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게다가 올해는 재고 부족으로 곡물 가격이 아주 불안한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콜린스는 이러한 현상을 지난 4년 동안의 국제유가 움직임에 비유해 설명했다. 국제유가가 단기간에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줄지 않아 계속 비싼 가격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현재 옥수수 가격은 부셸(약 36ℓ)당 4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거의 두 배이며 최근 10년래 최고 수준이다. 지난달엔 밀 가격이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콩값은 2년 반 만에 가장 비쌌다. 옥수수와 밀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면서 재고는 25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멕시코에선 곡물가 폭등이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자국민의 기본 식품인 토르티야(얇게 구운 옥수수빵) 값이 크게 오르자 가격 상한제 실시를 검토하고 있다.

콜린스는 또 높은 곡물가격이 목축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축사료로 옥수수.밀.콩을 쓰는 곳이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료 가격이 뛰자 목축업자들이 가축 숫자를 줄이면서 육류 생산량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육류 가격의 급등이 우려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한편 세계 최대 에탄올 생산국인 미국과 브라질은 이번 주 에탄올 생산에 대한 공통 기준을 만들기로 했다고 FT가 5일 전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8일 상파울루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만나 기준을 통일하는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이는 바이오 연료에 대한 국제시장의 첫 협정이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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